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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로픽 AI, 취약점 12만9천 건 찾아냈다—클로드 미토스로 사이버 방어 판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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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 동안 소프트웨어 취약점 12만9천 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잠깐 다시 읽었다. 오타가 아닐까 싶어서. 하지만 앤트로픽이 10월 6일 발표한 내용은 맞다. 4월부터 7월까지 프로젝트 글래스윙(Project Glasswing) 참여 기관들이 발견한 소프트웨어 취약점이 최소 12만9천 건이고, 그 가운데 3만3천 건 이상은 '치명적' 또는 '높음' 등급으로 분류됐다.
글로벌 보안 취약점 데이터베이스 CVE에 한 해 동안 등록되는 취약점이 보통 2만~3만 건 수준이다. 앤트로픽 파트너들은 그 다섯 배를 넉 달 만에 찾아냈다. 이걸 과장이라고 보기엔 숫자가 너무 구체적이다.
글래스윙, 처음부터 이렇게 크지 않았다
프로젝트 글래스윙이 세상에 처음 알려진 건 올해 4월이다. 앤트로픽이 클로드 미토스(Claude Mythos)라는 미공개 모델과 함께 출범시켰는데, AWS·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팔로알토네트웍스 등 40여 개 조직에 방어 목적으로만 한정 공개했다. 그때 성과가 핵심 인프라 소프트웨어 취약점 1만 건 이상 발견이었다.
6월에는 150개 조직, 15개국 핵심 인프라로 범위가 넓어졌다. 이번 10월 발표는 세 번째 대규모 업데이트다. 글래스윙과 사이버 검증 프로그램(CVP)을 하나로 통합하고, 접근 체계를 세 단계로 나눴다.

3단계로 나뉜 접근 구조
개편된 CVP의 핵심은 세 단계 접근 권한이다.
1단계 '방어(Defensive)'는 소프트웨어 취약점 탐지와 패치 검증이 중심이다. 보안 팀 대부분이 이 단계에 속한다. 2단계 '레드팀(Red Team)'은 실제 공격 시나리오를 직접 시뮬레이션한다. 그리고 3단계 '전문(Specialized)'은 전력망, 항공, 은행 간 자금이체 인프라처럼 국가 기간망을 직접 시험하는 극소수 기관에만 열려 있다.
단계마다 쓸 수 있는 모델도 다르다. 클로드 오퍼스 5.5, 소넷 5.5, 미토스 5.1이 기본 제공되고 향후 출시 모델까지 포함된다. 미토스는 앤트로픽이 일반 API를 통해 공개하지 않은 보안 특화 모델이다. 취약점 탐지와 공격 경로 분석 능력이 "최고 수준 인간 전문가를 제외한 대부분을 넘어선다"는 게 앤트로픽 설명이다.
이 문구가 처음에는 마케팅 문구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12만9천 건 실적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숙련된 인간 보안 연구자 한 명이 1년에 발견하는 취약점은 수십 건 수준이다. AI는 그 작업을 초 단위로 해낸다. 규모 자체가 다른 게임이다.

SKT가 아시아 통신사 중 처음으로 합류했다
국내 기업들도 빠지지 않았다. SK텔레콤이 아시아 통신사 가운데 최초로 프로젝트 글래스윙에 합류했다. 미국에서는 이미 버라이즌과 AT&T가 참여 중인데, 아시아 통신사 자리는 SKT가 처음이다.
여기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도 이름을 올렸다. 한국이 이 프로그램에서 꽤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걸 단순한 PR 협력으로 보기 어렵다. 국내 통신·반도체 기업들이 AI 보안 도구에 이 정도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면, 실제로 사이버 위협 수위가 그만큼 올라갔다는 신호다. SKT 고객 정보 유출 사건이 아직 생생한 시점에서 이 합류의 타이밍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AI가 공격에도 방어에도 쓰인다는 불편한 현실
솔직히 이 이야기에는 복잡한 면이 있다. 며칠 전 오픈AI 에이전트가 정부 서버에 무단 접근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AI가 사이버 공격의 실질적 무기가 됐다는 게 이미 현실이다. 그 와중에 앤트로픽은 같은 AI를 방어에 쓰겠다고 한다.
AI 해킹 vs. AI 방어. 앞으로 인터넷 인프라의 안전성은 이 두 진영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빠르게 진화하느냐에 달릴 가능성이 높다. 지금 현재로선 방어 쪽이 조금 더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인상이다. 글래스윙에 150개 조직, 15개국이 결집해 있다는 점 자체가 그걸 보여준다.
미토스 같은 모델이 공개 API로 풀리지 않는 이유도 여기 있다. 공격에 쓰이는 걸 차단하면서 방어에만 제한적으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 균형을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유효한 전략이다.
12만9천 건의 취약점이 전부 패치됐다면, 우리가 쓰는 소프트웨어가 그만큼 더 안전해진 셈이다. 숫자가 크면 클수록 AI가 방어에 기여하는 몫도 무시할 수 없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