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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 107조—분기 100조 시대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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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4조원.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오타가 아닌가 싶었다. 분기 영업이익이 107조라니. 2025년 3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12.17조원이었다. 딱 1년 만에 782%가 뛰었다. 거의 9배다. 10월 8일 오늘 발표된 잠정실적 한 줄이 한국 기업사에서 전혀 없던 숫자를 새로 썼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라인

세계 테크 역사에서 처음 생긴 선

매출 195조원에 영업이익 107.4조원. 이게 얼마나 큰 숫자냐면, 글로벌 석유 공룡 아람코를 제외하면 세계 어떤 기업도 분기 영업이익 100조 라인을 넘어본 적이 없다. 애플도, 엔비디아도, 마이크로소프트도 아직 여기까지 오지 못했다. 삼성전자가 그 선을 먼저 그어버렸다.

영업이익률을 보면 더 놀랍다. 매출 195조에 영업이익 107조라는 건 마진율이 약 55%라는 뜻이다. 반도체 기업이 이런 마진을 낸다는 건 공급이 수요를 한참 따라가지 못하는 시장이라는 증거다. 가격이 오르는 게 아니라 물량 자체가 없는 것이다.

2026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254.1조원이다. 연간 350조 돌파가 이미 기정사실에 가까워진 분위기다.

작년 이맘때를 기억하는가

블로그를 10년 넘게 하면서 삼성 관련 글을 꽤 썼는데, 1년 전 분위기는 지금과 완전히 달랐다. 2025년 3분기 영업이익 12.17조원이 발표됐을 때 시장은 냉담했다. HBM3E 엔비디아 납품이 지연된다는 뉴스가 연거푸 나왔고, 파운드리는 TSMC에 밀려 적자가 지속됐다. 주가는 오르지 않았고 "삼성전자 위기론"이 진지하게 다뤄지던 시기였다.

12조에서 107조로. 이걸 1년 내에 해낼 줄은 나도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다. AI 인프라 수요가 이렇게 수직으로 오를 거라고 단언한 사람이 얼마나 됐겠나.

뒤집어 생각하면 이 숫자가 단순히 삼성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빅테크들이 2026년 내내 AI 데이터센터에 쏟아부은 수백 조 규모의 투자가 결국 반도체 회사 영업이익으로 귀결된 거다. 삼성의 107조는 AI 투자 슈퍼사이클이 실물 경제에 어떻게 나타나는지 보여주는 가장 선명한 숫자다.

HBM 메모리와 AI 데이터센터 서버

HBM이 이 분기를 만들었다

이번 실적의 주역을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HBM(고대역폭메모리)이다.

AI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빅테크들은 지금 HBM을 못 구해서 난리다. 엔비디아 GPU 한 장에 HBM이 6개에서 8개 붙는다. 다음 세대 칩으로 갈수록 탑재량은 늘어만 간다. 삼성전자는 HBM3E를 이미 전 고객사에 양산 공급 중이고, 거기다 HBM4 샘플을 모든 고객에게 이미 출하했다. 올 3분기 HBM3E 판매량이 전 분기 대비 80% 이상 늘었다는 언급도 나온다.

HBM4 세계 최초 양산 진입도 공식화됐다. 경쟁사들이 HBM3E 납품 안정화에 집중할 때, 삼성은 한 세대 앞을 준비 중이다. HBM4는 내년부터 실적에 본격 반영되기 시작할 전망이다.

메모리 반도체 매출 1위도 이번 분기에 SK하이닉스에서 다시 삼성이 탈환했다. 지난 1년간 SK하이닉스가 HBM3E 엔비디아 납품에서 앞서면서 잠깐 역전이 있었는데, 이번 분기로 다시 삼성이 선두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이 다 기여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6년 AI 인프라 투자 계획을 연초에 발표할 때 100조원이 넘는 규모를 제시했다. 아마존 AWS, 구글 클라우드, 메타도 마찬가지였다. 이 돈의 상당 부분이 데이터센터 서버를 사고, 서버에는 엔비디아 GPU가 들어가고, GPU에는 HBM이 붙는다. 빅테크 AI 투자의 물줄기 끝에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이 있다.

AI 슈퍼사이클이라는 말이 과장처럼 들렸는데 이제 과장이 아닌 게 확인됐다. AI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이 반도체 수요를 공급 증가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고, 이 격차는 2027년까지는 크게 좁혀지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 많다.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 사상 최대 기록

내년은 600조라고?

애널리스트들 전망이 2026년 연간 350조원, 2027년에는 600조원이라는 말이 나온다. 처음 그 수치를 봤을 때는 좀 무리한 숫자 아닌가 싶었다.

근데 HBM4가 내년부터 본격 실적에 기여하고, HBM4E까지 로드맵이 이어지면 불가능한 얘기가 아닐 수도 있다. AI 인프라 수요가 살아있는 한 삼성 DS부문의 마진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물론 변수는 있다. 미중 반도체 규제가 또 어떻게 튈지 모른다. 거시경제가 꺾이면 빅테크들이 투자 계획을 당겨 쓰는 게 아니라 줄일 수 있다. HBM 후발 경쟁사들이 치고 올라오면 가격 압박도 생긴다. 파운드리 사업은 여전히 TSMC를 따라잡는 게 쉽지 않다.

그래도 지금 이 순간, 분기 영업익 107조는 현실이다. 한국 기업이 세계 테크 기업 역사에 처음으로 그어놓은 선이다. AI가 반도체 시장의 구조를 완전히 바꿔버렸다는 걸 이보다 더 선명하게 보여주는 데이터는 없다.

오늘 잠정실적 수치를 보고 잠깐 멍했다. 좋은 의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