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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분기매출 첫 2000억달러 돌파—앤트로픽 투자가 534억달러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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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S가 18분기 만에 가장 빠르게 달렸다. 37%.
2026년 2분기, 아마존이 처음으로 분기 매출 2,000억달러를 넘겼다. 정확히는 2,006억1000만달러. 약 285조원이다. 전년 대비 20% 증가로 시장 예상을 웃돌았고, 발표 당일 밤(현지 시각 7월 30일) 주가가 8% 뛰었다. 주가 8%면 시가총액으로 수백억달러가 하루 새 늘어난다는 뜻이다.
숫자 자체도 인상적이지만, 이번 실적에서 더 흥미로운 건 그 배경이다. AI에 올인한 2년여의 투자가 본격적으로 숫자로 바뀌기 시작했다.
AWS, 클라우드 성장이 다시 가속했다
아마존 웹서비스(AWS) 2분기 매출은 422억3200만달러였다. 전년 동기 대비 36.7% 성장. 연환산으로 치면 이미 1,690억달러 규모의 사업이다.
기억해둘 숫자는 '18분기'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클라우드 업계 전반에 성장 둔화 바람이 불었다. 기업들이 클라우드 비용을 최적화하면서 수요 증가세가 꺾였고, AWS 성장률도 20%대까지 내려갔다. 그게 4년 전이다. 지금 37%는 그 시절보다 두 배 가까운 속도다.
뭐가 달라졌느냐. AI다. 생성형 AI를 기업 환경에 도입하려면 결국 막대한 컴퓨팅 자원이 필요하다. GPU 클러스터, 고성능 네트워크, 낮은 지연 시간. 이걸 직접 구축할 수 있는 대기업은 극소수고, 나머지는 클라우드로 몰린다. 그 수요가 AWS로 쏟아지고 있다.
AWS 영업이익률은 39.4%를 기록했다. 분기 영업이익만 166억달러. 아마존 전사 영업이익(275억달러)의 60%를 AWS 하나가 책임졌다. 이커머스는 여전히 매출 볼륨을 만들고, 광고가 이익을 더하지만, 아마존의 핵심 수익원은 이제 명확히 클라우드다.
앤디 재시 CEO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AI와 칩 사업이 각각 연환산 250억달러 이상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두 사업 모두 세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1년 전만 해도 이 두 사업은 거의 존재감이 없었다.
전사 영업이익도 275억달러로 전년 대비 43% 증가했다. 아마존이 최근 몇 년간 공격적으로 비용을 줄이면서 이익률을 끌어올린 것도 한몫했지만, 근본적인 동력은 AWS 성장이다. 클라우드가 이제 아마존을 지탱하는 기둥이라는 건 숫자로 확인된다.

앤트로픽에 건 80억, 534억으로 돌아왔다
이번 실적의 가장 드라마틱한 부분은 순이익이다.
2분기 순이익 626억달러. 전년 같은 기간 182억달러의 3.4배다. 수치만 보면 아마존이 갑자기 금을 캐낸 것처럼 보인다. 사실 절반 이상이 앤트로픽 덕분이다.
아마존은 2023년부터 앤트로픽에 투자를 시작해 총 80억달러를 집어넣었다. 현재 앤트로픽의 최대 주주 중 하나다. 앤트로픽 기업가치가 꾸준히 올라가면서 아마존 장부에 미실현 평가이익이 쌓이고 있는데, 이번 분기에만 세전 534억달러가 반영됐다. 534억달러. 투자 원금 80억달러의 6배가 넘는 평가차익이 한 분기에 잡혔다.
물론 이건 미실현 이익이다. 앤트로픽 주식을 실제로 팔기 전까지는 통장에 들어오는 현금이 아니다. 시장 상황에 따라 내년엔 반토막이 날 수도 있다. 그래서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순이익보다 영업이익(275억달러)을 더 중요하게 본다.
그럼에도 이 숫자에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2년 전 아마존이 앤트로픽에 80억달러를 넣을 때 반응이 엇갈렸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자체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하는 대신, 외부 스타트업에 베팅하는 전략이 제대로 먹힐지 의문이었다. 아마존은 AI 모델 경쟁에서 한 발 늦은 거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다.
지금은 그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숫자가 증명하고 있다. AWS에서 클로드를 쓰는 기업 고객이 늘고, 앤트로픽의 기업가치도 올라가면서 두 가지 방향으로 동시에 이익이 발생하는 구조가 됐다. 인프라(AWS)와 모델(앤트로픽) 양쪽을 쥔 전략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10년 넘게 테크 업계를 지켜보면서 80억 원금이 534억짜리 평가이익으로 환산된 케이스를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본 기억이 없다. 아무리 미실현이라지만, 이 숫자가 주는 상징성은 명확하다. 아마존의 AI 베팅이 맞았다는 것.

2200억달러를 더 쏟는다, 현금흐름은 적자로 꺾였다
아마존은 이번 실적 발표와 함께 2026년 자본지출 계획을 2,000억달러에서 2,200억달러로 상향했다. 메모리 가격이 올라서다. AI 서버에 들어가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수요가 폭발하면서 단가가 치솟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올해 HBM으로 역대급 실적을 내는 것과 같은 이유다. 아마존의 자본지출 상향이 한국 반도체 기업에도 직결되는 셈이다.
빅테크 전체로 보면 규모가 더 어지럽다. 메타는 올해 자본지출을 640억720억달러로 잡았다. 구글은 910억930억달러. 마이크로소프트도 비슷한 수준이다. 아마존 2,200억달러까지 합치면 4사의 연간 AI 인프라 투자만 5,000억달러를 넘긴다. 전체 하이퍼스케일러 기준으로는 7,000억달러 규모의 베팅이 진행 중이다.
이 속도의 부작용이 현금흐름에 나타났다. 최근 12개월 기준 잉여현금흐름(FCF)이 182억달러 흑자에서 76억달러 적자로 전환됐다. 자본지출이 1년 새 64% 급증한 결과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사상 최고인데 현금은 오히려 마이너스라는 게 이상하게 보일 수 있지만, AI 인프라 투자가 그 차이를 전부 설명한다.
시장은 이를 알면서도 주가를 8% 올렸다. 지금 당장의 현금보다 AI 인프라 선점이 더 가치 있다는 판단이다. 투자자들이 아마존의 AI 지출을 '낭비'가 아니라 '선점'으로 읽고 있다는 신호다.
이 베팅이 어디서 멈출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빅테크들은 경쟁사가 먼저 인프라를 확보하면 자신이 뒤처진다는 공포감으로 달리는 중이다. 과거 인터넷 버블 때의 광섬유 과잉투자를 떠올리는 시각도 있다. 당시 살아남은 인프라는 결국 쓸모가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기업이 쓰러졌다. 지금도 그 역사가 반복될 수 있다.
다만 지금의 차이는 수요가 실제로 확인된다는 점이다. 광섬유 버블 때는 수요가 허상이었다. 지금 AI 클라우드 수요는 AWS 37% 성장이라는 숫자로 입증된다. 버블인지 아닌지는 나중에 밝혀지겠지만, 적어도 지금 아마존이 제대로 된 곳에 돈을 쓰고 있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분기 2,000억달러, 그리고 세계 1위
포춘이 발표한 2026년 글로벌 500에서 아마존은 1위를 차지했다. 이커머스 스타트업에서 세계 최대 기업까지 올라온 것이다. 제프 베이조스가 차고에서 책을 팔 때 이 결말을 상상했을지는 모르겠지만.
분기 2,006억달러라는 숫자의 스케일을 좀 더 체감해보면, 이 규모는 2022년 글로벌 500 기업 중 50위권의 연간 매출과 맞먹는다. 아마존은 그걸 3개월 만에 번다.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지만 이 숫자 앞에서는 매번 다시 실감이 간다.
다음 분기의 핵심 변수는 두 가지다. FCF가 흑자로 돌아오느냐, 그리고 AWS 성장률이 유지되느냐. 자본지출 증가가 이익 증가 속도를 앞서는 국면이 길어지면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37%가 꺾이는 순간, 투자자들의 시선은 AI 인프라 비용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모든 게 맞아떨어지는 국면이다. 매출 성장, AWS 가속, 앤트로픽 평가이익.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최고점을 찍었다. 이게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가 앞으로 아마존을 보는 핵심 질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