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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 뒤에 엔비디아가 있었다—애플 발트라 지연과 AI 서버칩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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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처음 이 소식 봤을 때 좀 웃겼다. 세계에서 제일 비싼 기업, 애플 실리콘으로 반도체 업계를 뒤집어 놓은 그 애플이—자기 AI 비서를 돌리려고 엔비디아 칩 빌려다 쓴다는 거. 그것도 경쟁사 구글의 클라우드에서.

애플 AI 서버칩 위기—발트라 지연과 시리의 엔비디아 의존

올해 9월 iOS 27과 함께 출시될 새 시리는 구글 제미나이 모델 기반이다. 그 모델이 추론하는 서버는 구글 클라우드고, 거기 박혀있는 칩은 엔비디아 블랙웰이다. 애플이 자랑하던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트(PCC)—M2 울트라로 꽉 채운 그 서버팜—은 제미나이를 감당하지 못했다.

M2 울트라, 숫자로 보면 민망하다

애플이 PCC에 쑤셔 넣은 M2 울트라의 ML 성능은 FP16 기준 31.6 TOPS다. NVIDIA RTX 4090이 1,321 TOPS다. 비교가 되나. 40배 이상 차이다. RTX 4090은 소비자용 카드고, 애플이 경쟁해야 할 데이터센터용 H200, B200은 그보다도 훨씬 위다.

M시리즈 칩이 노트북·데스크탑에서 전성비가 좋다는 건 맞다. 배터리 빨아먹는 x86 대신 애플 실리콘을 고른다는 건 합리적인 선택이다. 근데 서버 환경에서 LLM 추론은 다른 문제다. 메모리 대역폭과 순수 행렬 연산 처리량이 전부인 세계에서, M2 울트라는 그냥 작은 칩이다.

제미나이 모델을 PCC에서 돌려봤다는 내부 관계자 발 얘기에 따르면, 응답 지연이 상용화 기준을 한참 벗어났다고 한다. 쿡 팀이 "좀 더 기다려보자"가 아니라 구글에 전화한 이유가 거기 있다.

발트라, 2026에서 2029으로

애플은 발트라(Baltra)라는 코드명으로 AI 전용 서버칩을 개발해왔다. 브로드컴과 협력, TSMC 3나노 공정 예정. 당초 계획은 2026년 하반기 양산이었다.

지금은 2029년이 거론된다.

블룸버그와 The Information이 이 얘기를 꺼낸 건 7월 중순이고, 이후 다른 매체들도 비슷한 타임라인을 확인했다. 3년 지연이다. 이 정도면 계획 변경이 아니라 전략 실패에 가깝다.

발트라가 밀린 공백을 메우려고 애플이 선택한 임시방편은 두 가지다. 하나는 M5 울트라로 PCC 인프라를 업그레이드하는 것, 또 하나는 엔비디아 GPU가 깔린 구글 클라우드를 당분간 계속 쓰는 것. 근본 해결이 없는 응급처치다.

NVIDIA 블랙웰 GPU vs 애플 M2 울트라 AI 성능 비교

7월 8일, 애플은 브로드컴과 300억 달러(약 41조원) 규모의 다년 계약을 발표했다. 커스텀 실리콘과 무선 연결 기술 협력이 뼈대다. 발트라도 이 협력의 연장선에 있는데, 300억 달러 짜리 계약을 발표하면서 정작 발트라는 3년 미뤄졌다는 게 묘하게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애플은 지금 뭘 하나

7월 중순부터 흘러나온 소식이 하나 더 있다. 애플이 AI 반도체 스타트업 인수를 타진 중이라는 거다. 투자은행에 문을 두드리고, 직접 스타트업에 연락도 했다고 알려졌다. 이스라엘 AI 스타트업 Q.ai를 20억 달러에 인수한 게 올 1월이었는데, 그건 소프트웨어 AI 인력 확보였고 이번은 칩 쪽이다.

얼마나 절박하면 인수를 알아보나 싶을 수 있는데, 이게 애플로서는 꽤 이례적인 행보다. 팀 쿡 체제에서 애플의 반도체는 거의 전부 내재화했다. ARM 라이선스 기반에 자체 아키텍처팀이 설계하고 TSMC가 굽는 구조. 외부 칩 스타트업을 산다는 건 그 구조를 흔드는 거다.

엔비디아 의존을 하루빨리 끊고 싶다는 신호로 읽히는데, 그게 가능한 타임라인이 언제인지는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

아이러니를 좀 음미해보자

M1이 나왔을 때 반도체 업계가 술렁였다. 5나노에서 뽑아낸 그 성능이 인텔을 구석으로 몰아넣었고, 전성비 혁명이라는 말이 돌았다. M4 Ultra까지 오면서 그 기조는 이어졌다.

근데 AI가 끼어들면서 전장이 바뀌었다. 소비전력당 성능이 아니라 절대적인 연산량이 기준이 됐다. 배터리 효율은 의미 없고, 전력 수백 와트를 먹어도 괜찮으니 연산을 더 많이 뽑으라는 게 데이터센터의 요구다. 그 세계에서 애플 실리콘은 설계 철학 자체가 어긋난다.

10년 넘게 IT 업계 보면서 한 가지 배운 게 있다면, 어떤 회사도 영원히 유리한 지형에 서있을 수는 없다는 거다. 애플이 PC에서 이겼다고 서버에서도 이기란 법이 없다. 젠슨 황이 파는 칩은 전력을 먹는 괴물이지만, AI 시대의 데이터센터는 그 괴물이 필요하다.

애플 AI 서버 전략—발트라 지연과 엔비디아 의존 구조

시리가 엔비디아 칩으로 돌아간다는 게 나쁜 얘기는 아니다. 사용자 입장에선 더 좋은 칩으로 더 빠르게 돌아가는 게 낫다. 다만 애플 입장에서는, 자기 비즈니스의 핵심 소프트웨어가 경쟁사 인프라에 종속된다는 게 편할 리 없다.

발트라가 2029년에 나와도 그때 엔비디아는 블랙웰 다음 세대를 팔고 있을 거다.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스타트업 인수가 얼마나 격차를 줄여줄지는 모르겠지만, 애플이 AI 칩 경쟁에서 편하게 앉아있을 처지는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