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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2분기 영업이익 60조—이익률 76%, HBM4가 세운 세계 최고 수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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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기에 60조원. 2025년 한 해 동안 SK하이닉스가 벌어들인 영업이익(47.2조원)을 단 3개월 만에 뛰어넘었다. 오늘(7월 29일) 발표된 2026년 2분기 실적이다. 매출 79조 3187억원, 영업이익 60조 5426억원, 영업이익률 76%, 전년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 557%.
숫자들이 좀 비정상적으로 크다.
솔직히 처음 이 수치를 봤을 때 단위를 두 번 확인했다. 76% 영업이익률이라는 게 뭔 뜻이냐면, 제품 1만 원어치 팔면 7,600원이 이익으로 남는다는 거다. 제조업에서 이런 숫자가 나오는 건 거의 전례가 없다. 엔비디아가 올해 1분기에 기록한 영업이익률이 65.6%였고, 파운드리 절대 강자 TSMC가 58.1%였다. SK하이닉스가 두 회사를 다 앞선다. 세계 반도체 기업 중 최고 수익성 기업 타이틀이 허언이 아닌 셈이다.

상반기 매출 131조, 영업이익 98조
상반기 합산 수치는 더 충격적이다. 1분기(매출 52.6조, 영업이익 37.6조)와 2분기(79.3조, 60.5조)를 더하면 반기 매출 131조 8950억원, 영업이익 98조 1529억원이다.
한국 기업 역사상 단일 반기에 매출 100조를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영업이익 100조도 불과 2조원 차이로 코앞이다. 상반기만으로 2025년 연간 매출을 두 배 이상 넘겼고, 영업이익은 2025년 연간치의 두 배를 이미 달성했다.
이런 실적이 나올 수 있는 구조적 배경은 분명하다.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서버 DRAM과 HBM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공급보다 수요가 앞서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는 기본적으로 수요-공급 균형에 따라 가격이 롤러코스터를 타는데, 지금은 그 사이클에 AI 수요라는 완전히 새로운 변수가 들어온 상태다.
HBM4 양산 시작—두 세대 앞서 달린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 수치 자체보다 더 의미 있는 내용은 HBM4 동향이다. SK하이닉스는 2분기에 차세대 HBM인 HBM4 양산 출하를 공식 시작했다. 더 나아가 그 다음 세대인 HBM4E(7세대)는 이미 상반기에 시제품을 주요 고객사에 공급 완료했다고 밝혔다.
경쟁사들이 HBM4 양산을 준비하는 동안, SK하이닉스는 HBM4E 샘플을 뿌리고 있다는 뜻이다.
HBM 시장 점유율 수치를 보면 격차가 얼마나 큰지 감이 온다. 2026년 1분기 기준 SK하이닉스 58%, 삼성전자 21%, 마이크론 21%다. 삼성과 마이크론을 합쳐도 SK하이닉스 하나에 못 미친다. 이 격차가 단기간에 좁혀지기 어려운 건, 엔비디아가 SK하이닉스의 HBM 수율 안정성과 납기 신뢰성을 높게 평가해 파트너십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 다변화도 착착 이루어졌다. 핵심 고객 포함 10여 곳과 장기공급계약(LTA)을 체결했다. 이미 알려진 엔비디아와의 5000억 달러(약 730조원) 규모 AI 인프라 협력에 더해, 마이크로소프트와도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추가 협상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고객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질수록 특정 고객에 대한 의존 리스크는 줄어든다.
사상 최대인데 기대엔 못 미쳤다
주식 시장 관점에서 오늘 실적을 단순히 환호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가 하나 있다. 국내 14개 증권사 컨센서스는 영업이익 약 64조원이었는데, 실제로는 60.5조원이 나왔다. 약 3.5조원을 하회했다.
"사상 최대인데 기대보다 낮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주식 시장은 절대값보다 기대치 대비 편차를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실망 매물이 일부 나올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컨센 하회의 원인으로는 낸드플래시 부문 부진이 지목된다. DRAM과 HBM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동안 낸드 수요는 기대만큼 빠르게 회복되지 않았다. 모든 제품이 동시에 잘 될 수는 없다는 걸 이번 실적이 보여줬다.
다만 이 실망은 단기적인 것이고, 하반기 HBM4 출하 확대와 AI 인프라 투자 지속이라는 구조적 흐름은 변하지 않는다.
삼성전자의 반격, 얼마나 위협적인가
하반기가 흥미로운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삼성전자의 HBM4 반격이 본격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삼성은 동작 속도 11.7Gbps를 기록한 HBM4로 엔비디아 납품 확대를 노리고 있다. 파운드리 역량을 결합한 '원스톱 반도체 솔루션'이 핵심 무기다.
하반기 HBM4 시장 점유율 전망치는 SK하이닉스 5455%, 삼성전자 2829%, 마이크론 17~18%다. 삼성이 현재 21%에서 최대 29%까지 끌어올린다면 의미 있는 반격이다.
내 생각엔 삼성의 점유율 회복 자체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삼성이 가진 기술력이 워낙 탄탄하고, 엔비디아도 공급망 다각화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니까. 다만 수율 안정성과 납기 신뢰도를 SK하이닉스 수준까지 단기간에 끌어올리기는 어렵다는 게 현실이다. 하반기에도 SK하이닉스가 HBM 시장 절대 강자 지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
60조가 기준선이 되는 세계
오늘 실적이 주는 가장 큰 메시지는 이거다. AI 슈퍼사이클이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게 실제로 어떤 의미인지를, 60조라는 분기 영업이익 숫자가 증명했다.

10년 넘게 국내 반도체 업계를 지켜봤는데, 이런 실적이 실제로 나오는 걸 보는 건 여전히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2008년 반도체 침체기, 2019년 슈퍼사이클, 그리고 지금. 각 사이클마다 "이번은 다르다"는 말이 나왔고, 실제로 다른 경우도 있었고 아닌 경우도 있었다.
이번은 조금 다른 것 같다. AI 인프라에 대한 빅테크의 투자 의지가 단기 트렌드가 아니라 구조적 전환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메타가 AI 데이터센터에 쏟아붓는 자본 지출(CAPEX) 규모는 매 분기 신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이들이 서버를 사면 DRAM이 들어가고, DRAM 중에서도 HBM이 핵심이다.
3분기에도 60조를 유지하거나 넘어선다면, 연간 영업이익 240~250조 수준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 중 단연 최고 수준이다. 분기 영업이익 60조가 예외가 아니라 기준선이 되는 세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