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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이겼는데 구글만 웃었다 — 빅테크 1분기 AI 실적 총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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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9일과 30일, 빅테크 실적 발표가 쏟아졌다.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세 회사가 나란히 시장 예상을 웃도는 성적표를 내놨다. 표면만 보면 전부 합격이다. 그런데 시간외 주가 반응은 달랐다. 알파벳이 6% 오를 때 메타는 5% 빠졌다. 같은 날 같은 주제로 결과를 냈는데 이 차이가 뭔지 — 그 안에 지금 AI 시장의 현실이 담겨 있다.

알파벳: 클라우드 수주잔고가 두 배 불었다
솔직히 이번 알파벳 실적은 내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강했다. 1분기 매출 1099억 달러, 전년 대비 22% 성장. 순이익은 626억 달러로 81% 급증했다. EPS가 5.11달러인데 월가 컨센서스는 2.63달러였다. 두 배 가까운 어닝서프라이즈다.
핵심은 구글 클라우드다. 1분기 매출 200억 2000만 달러, 전년 대비 63% 증가. 월가 예상치인 180억 달러를 20억이나 웃돌았다. 분기 기준 처음으로 200억 달러를 돌파했다는 것 자체도 상징적이지만, 더 주목할 숫자는 클라우드 수주잔고다. 직전 분기 2400억 달러에서 이번에 4600억 달러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미 계약된 매출이 그만큼 쌓여 있다는 뜻이다. 앞으로 인식할 수익이 보장돼 있는 것이다.
순다르 피차이 CEO는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 유료 월간 활성 사용자가 전분기 대비 40% 늘었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AI를 실제로 돈 내고 쓰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AI 검색 광고 수익도 견조했다. 유튜브 광고 매출도 예상치를 넘겼다. 전 사업부가 고르게 강했다.
알파벳은 올해 설비투자 전망치를 1800억~1900억 달러로 기존 대비 소폭 상향했다. 아나트 아슈케나지 CFO는 "2027년 자본 지출은 2026년보다 훨씬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고했다. 투자자들은 이 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돈을 더 쓰겠다는 게 아니라, 그만큼 수요가 온다는 뜻으로 읽힌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설비투자 예상 하회가 오히려 호재
MS는 매출 828억 달러, 전년 대비 18% 증가. 애저 클라우드는 40% 성장해 컨센서스에 부합했다. 실적 자체는 예상치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이었는데, 주가가 오른 진짜 이유는 설비투자에 있었다.
1분기 설비투자가 319억 달러로 집계됐다. 월가 예상치는 350억 달러 이상이었는데 30억 이상 적게 썼다. 보통 투자를 덜 했으면 성장이 둔화된다는 신호로 해석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시장은 AI 데이터센터 투자 과열이 지속될 경우 수익성이 언제 회복될지 불안해하던 상황이었다. 그래서 capex 감소가 "비용 효율이 좋아지고 있다"는 신호로 읽혔다.
MS의 연간 설비투자 가이던스는 1900억 달러 수준이다. 빅4(MS·알파벳·메타·아마존) 합산으로는 올해 649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인데, 이 중 MS는 가장 먼저 "효율 있게 쓰겠다"는 인상을 줬다.
10년 동안 기업 실적 보면서 느끼는 건, 투자자들은 결국 ROI를 따진다는 것이다. 얼마나 많이 투자하느냐보다 그 투자가 돈이 되냐가 핵심이다. 이번 MS 실적은 그 점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메타: 매출은 좋은데 주가는 왜 빠졌나
메타의 1분기 매출은 563억 달러로 예상치를 넘겼다. 나쁘지 않다. 그런데 주가는 시간외에서 5% 빠졌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사용자 성장 둔화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메타는 실적 발표에서 구체적인 DAU(일간 활성 사용자) 수치 가이던스를 내놓지 않았다. 시장이 기대했던 성장 지속성에 물음표가 붙었다.
둘째, 연간 설비투자 전망 상향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올해 capex를 기존 1150억1350억 달러에서 1250억1450억 달러로 올렸다. 문제는 1분기 실제 집행액이 198억 달러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예상치 275억 달러의 72% 수준. 그러면서 연간 전망은 올렸다. "지금은 덜 썼지만 앞으로 더 쏟아붓겠다"는 신호인데, 투자자 입장에서 수익성 회복이 또 미뤄질 수 있다고 읽힌 것이다.
메타는 리얼리티랩스(VR·AR 부문)에서 계속 적자를 내고 있고, AI 인프라에도 수백억을 쏘고 있다. 구체적인 매출 기여가 언제 가시화될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capex 전망을 올리는 건 시장에 항상 약한 신호다.

AI 투자가 드디어 돈이 되기 시작했다
이번 실적 시즌의 본질적인 메시지는 하나다. AI 투자가 이제 실제 매출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구글 클라우드 63% 성장, MS 애저 40% 성장 — 둘 다 AI 워크로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서다. 기업들이 AI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클라우드 계약을 늘리는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
2년 전만 해도 "AI 투자가 과연 돈이 되냐"는 회의론이 컸다. 골드만삭스가 "AI ROI가 불분명하다"는 리포트를 냈고, 빅테크 capex가 급증하는데 매출에 반영이 안 된다는 비판도 있었다. 지금은 그 답이 나오고 있다. 수주잔고가 4600억 달러까지 불어난 구글 클라우드를 보면 — 이건 단순한 성장이 아니라 구조적인 수요 전환이다.
한 가지 남은 질문은, 이 성장이 선점한 업체에만 몰리느냐다. 구글과 MS는 이미 기업 AI 시장에서 확실한 발판을 잡았다. 메타는 광고와 소셜이라는 다른 레이어에서 AI를 쓰고 있는데, 그 ROI가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리는 것뿐일 수 있다.
빅테크 실적 시즌이 이렇게 강하게 나올 줄 몰랐다. AI 투자 거품론이 고개를 들던 시점에, 숫자들이 직접 반박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글의 수치는 각 사 공식 실적 발표 및 파이낸셜뉴스, 뉴스핌 보도를 기반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