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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쿡 15년 마감, 존 터너스의 애플 — AI 숙제 앞에 선 하드웨어 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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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예상은 했지만, 막상 발표가 나오니 묘하게 시대가 끝나는 느낌이었다. 지난 4월 20일 애플이 공식 발표했다. 팀 쿡, 9월 1일부로 CEO에서 물러난다. 이사회 의장으로는 남지만, 회사를 진짜로 이끌던 자리를 내놓는다는 건 다르다. 2011년 스티브 잡스 사망 직후 바통을 받았으니 꼭 15년이다.
후임은 존 터너스(50).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 아이폰, 맥, 아이패드, 에어팟, 애플워치 — 지난 25년간 애플 제품이라면 거의 다 이 사람 손을 거쳤다.
팀쿡이 쌓은 것들
숫자만 봐도 압도적이다. 팀쿡이 취임하던 2011년 애플 시총은 약 3500억 달러였다. 지금은 4조 달러에 육박한다. 매출은 1080억 달러에서 4160억 달러로 4배 뛰었다. 아이폰 하나만 파는 회사를 서비스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것도 그의 업적이다. 애플뮤직, 애플TV+, 애플페이, 아이클라우드 — 서비스 부문 매출만 이미 1000억 달러를 넘는다. 포천 40대 기업 수준이다.
그럼에도 비판은 있었다. "잡스의 혁신을 잃었다"는 말이 임기 내내 따라다녔다. 특히 최근 들어선 AI 뒤처짐이 집중 포화를 맞았다. 구글은 제미나이로 치고 나가고, 오픈AI는 GPT 시리즈로 세상을 바꾸는 동안, 애플의 시리는 여전히 "4월 3일 화요일이에요"를 읊고 있었다.

하드웨어 엔지니어가 AI 시대를 어떻게 이기나
존 터너스가 낙점된 걸 두고 업계 반응은 엇갈렸다. 한쪽에선 "결국 제품이 다야, 맞는 선택"이고, 다른 쪽에선 "AI가 대세인데 하드웨어 전문가를?"이다.
내 생각은 전자에 가깝다. 애플의 강점은 AI 모델이 아니라 하드웨어다. M 시리즈 칩, 뉴럴 엔진, 온디바이스 처리 — 이 조합을 제대로 꿰는 사람이 터너스다. 애플 실리콘이 결국 AI를 기기 안에서 돌리겠다는 그림이고, 그 그림을 가장 잘 아는 인물을 수장에 앉힌 것이다.
실제로 터너스는 취임 전부터 방향을 드러냈다. "AI를 위한 AI는 안 만든다." AI 기능은 실질적인 쓸모가 있을 때만 탑재하겠다는 입장이다. 화려한 데모용 기능보다 실제 사용자 경험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구글과의 협업도 공식화됐다. 2026년 초 애플과 구글이 공동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차세대 시리는 구글 제미나이 기술을 기반으로 구동된다. iOS 27과 함께 올 하반기 등장할 예정. 애플이 클라우드 AI를 직접 만드는 게 아니라 외부 협력으로 채우겠다는 실용주의다.
9월, 가장 바쁜 취임식
취임과 동시에 가장 큰 이벤트가 기다린다. 애플 최초의 폴더블 아이폰이 9월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터너스가 제품 개발 전 과정을 직접 지휘해온 바로 그 제품이다. 신임 CEO의 첫 등장을 폴더블 아이폰으로 장식하는 셈이다.
AI 웨어러블도 라인업에 있다. 스마트 글래스, 펜던트, 카메라가 달린 에어팟까지. 메타 레이밴 선글라스와 직접 맞붙는 구도다. 터너스는 이 셋 모두 시리 중심으로 설계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15년의 끝, 그다음
애플 2분기 실적은 5월 1일 발표 예정이다. 아이폰 에어와 아이폰 17 라인업이 얼마나 팔렸는지 숫자가 나올 텐데, 이게 터너스 시대의 첫 번째 성적표가 될 것 같다. 1분기엔 아이폰 매출 23% 급증이었으니 기대치가 높다.
팀쿡 체제는 혁신이 없었던 게 아니라, 혁신의 방향이 달랐다. 제품 대신 공급망을, 기술 대신 서비스를 키웠다. 그 선택이 맞았고, 시총 4조 달러가 그 증거다. 이제 터너스는 하드웨어로 AI를 품어야 하는 전혀 다른 게임을 한다.
10년 뒤에 어떻게 평가받을지는 모르겠다. 다만 출발점은 좋다. 아이폰 에어 설계를 진두지휘하며 "제품이 모든 것을 말한다"는 애플의 DNA를 지켜온 사람이다. AI 경쟁에서 규모로 밀려도, 경험의 완성도로 이길 수 있다는 게 애플의 오랜 전략이었다.
그 전략이 여전히 유효한지는 곧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