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ublished on
테슬라 AI5 나왔다, 삼성 파운드리 2나노 첫 검증 성공
- Authors
- Name
지난 4월 15일, 일론 머스크가 X(트위터)에 글을 하나 올렸다. "AI5 칩 설계를 마친 팀을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삼성전자." 짧은 문장이었지만 반도체 업계에선 꽤 시끄러운 뉴스였다. 머스크가 삼성에 공개적으로 감사 인사를 한 건 거의 없는 일이고, 거기다 테슬라의 차세대 AI 칩이 삼성 공정으로 테이프아웃됐다는 게 공식 확인된 것이기 때문이다.

AI5가 뭔데 이렇게 난리야
테슬라는 자체 AI 칩을 꽤 오래 개발해왔다. HW(Hardware) 시리즈가 자율주행용이었다면, AI5는 그 연산 성능을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끌어올린 버전이다. 공개된 수치로는 기존 칩 대비 연산 능력 5배, 메모리 용량 9배, 대역폭 5배다. 업계에서는 3000~4000 TOPS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엔비디아 H100이 약 4000 TOPS라는 걸 감안하면 같은 급에 도전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용도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자율주행(FSD). 테슬라는 사이버캡 같은 로보택시에 AI5를 넣을 계획이다. 둘째는 옵티머스. 휴머노이드 로봇이 실시간으로 판단하고 움직이려면 온디바이스 추론 성능이 핵심인데, AI5가 그 두뇌 역할을 한다. 자동차 회사 테슬라가 AI 하드웨어 회사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AI5는 그 변곡점이 될 수 있다.
테이프아웃 자체가 끝이 아니다. 설계가 완료돼 파운드리로 넘어갔다는 뜻이고, 시제품 생산과 수율 테스트를 거쳐 양산까지 가야 한다. 대량생산 시점은 빠르면 2027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KR2613에 숨겨진 의미
머스크가 올린 칩 사진에는 'KR2613'이라는 각인이 찍혀 있었다. KR은 Korea, 26은 2026년, 13은 13주차. 즉 삼성전자 한국 팹에서 올해 3월 말~4월 초에 만들어진 시제품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쓰인 공정이 SF2T다. 삼성전자가 테슬라만을 위해 개발한 맞춤형 2나노 공정이다. 통상 파운드리는 표준 공정을 팔지만, 테슬라처럼 물량이 크고 요구사항이 특수한 고객에게는 커스텀 공정을 만들어준다. TSMC가 애플에게 해주는 것처럼.

솔직히 말하면, 삼성 파운드리가 이 수주를 따냈다는 게 1년 전엔 상상하기 어려웠다. 2025년 삼성 파운드리 수율은 50% 아래로 떨어졌었고, 가동률도 바닥이었다. TSMC와의 격차가 너무 크다는 얘기가 업계에서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2026년 들어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가동률이 80%를 넘어섰고, 2나노 수율도 60%대에 진입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퀄컴, AMD와도 수주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테슬라 AI5 테이프아웃은 그 흐름의 상징적인 사건이다. 삼성 2나노가 실전에서 통했다는 첫 번째 증거이기 때문이다.
TSMC의 독주 체제에 균열이 생기나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점유율은 72%다. 첨단 AI 칩만 따지면 90%가 넘는다. 삼성은 한때 2위였지만 2025년 기준 점유율이 한 자릿수로 줄었다. 엔비디아, AMD, 퀄컴이 모두 TSMC로 몰렸고, 삼성은 갈수록 고립됐다.
TSMC가 잘나가는 이유 중 하나는 단가다. 첨단 공정임에도 수율이 높다 보니 고객 입장에서 불량률로 인한 손실이 적다. 삼성은 그 부분에서 밀렸다. 2나노 수율이 올라오고 있다지만, TSMC도 N2(2나노)를 2025년부터 양산 중이다. 격차가 좁혀지고 있는 건 맞지만, 역전이 임박했다고 보기엔 이르다.
그런데 테슬라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수주 한 건이 아니다. 테슬라는 AI5, AI6로 이어지는 칩 로드맵이 있고, 옵티머스 양산이 본격화될 경우 칩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 수 있다. AI6 테이프아웃은 2026년 12월로 예정되어 있고, 이것도 삼성이 생산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연간 2조~3조 원 수준의 매출이 테슬라 한 고객에서 나올 수 있다는 계산도 나온다. TSMC에 빼앗긴 파이를 조금씩 되찾아 오는 과정의 시작점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테슬라는 반도체 회사가 되고 싶다
AI5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테슬라가 자동차 회사를 뛰어넘으려는 의지가 확실하다는 것이다. 엔비디아 GPU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칩을 만들겠다는 건 애플이 M1 칩을 만들면서 인텔 의존도를 끊어낸 것과 비슷한 그림이다.
차이가 있다면 테슬라의 칩은 소비자 기기가 아니라 자동차와 로봇에 들어간다. 옵티머스가 연간 수백만 대씩 팔린다고 가정하면, 그 안에 들어가는 AI5/AI6 칩 수요는 엄청나다. 그게 실현되면 테슬라는 반도체 수요에서도 세계 최상위 고객 중 하나가 된다.
현재로선 사이버캡 출시 일정이 지연되는 등 불확실성이 있는 건 사실이다. 테이프아웃이 됐다고 해서 모든 게 계획대로 굴러가는 게 아니라는 걸 반도체 업계는 너무 잘 안다. 수율이 나오고, 원가가 맞고, 양산 라인이 안정되어야 비로소 '성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 파운드리가 AI5 시제품을 만들어냈다는 사실 자체는 의미 있다. 10년간 블로그를 하면서 반도체 업계 소식을 봐왔는데, 삼성 파운드리가 이렇게 조용히, 하지만 단단하게 반등 기반을 쌓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다. 요란하지 않은데 실적이 따라오고 있다는 게 오히려 더 믿음직스럽다.
AI6까지 삼성이 맡게 된다면, 그때 가서 "삼성 파운드리 반격 시작됐다"는 제목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그 직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