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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1분기 영업이익 40조 간다 — HBM이 비수기를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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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3일이 코앞이다. SK하이닉스가 2026년 1분기 실적을 공식 발표하는 날인데, 솔직히 이번만큼 숫자를 기다리는 분위기가 팽팽했던 적이 없다. 증권가 예상치가 이미 40조원 언저리를 건드리고 있고, 일부는 그것도 보수적이라고 한다. 분기 영업이익 40조원. 제조업에서 이게 가능한 숫자인지 처음에는 눈을 의심했다.

40조라는 숫자의 무게
에프엔가이드 컨센서스 기준으로는 매출 50조 1046억원, 영업이익 34조 8753억원이다. 전년 동기 영업이익이 7조 4405억원이었으니, 1년 만에 368.7% 뛴 셈이다. 그런데 키움증권은 40조 2810억원, 미래에셋은 40조 6000억원까지 내다봤다. 컨센서스보다 5~6조원을 더 얹은 것이다.
왜 이렇게 전망이 갈리느냐면, D램 평균판매가격(ASP) 급등의 폭이 예상을 계속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1분기 D램 ASP는 전 분기 대비 최대 101% 급등한 것으로 추산된다. 두 배 가격에 팔았다는 말이다. 낸드플래시도 가격이 약 70% 오르면서 발목을 잡던 부문이 이제는 40~60%대 영업이익률을 찍는 수익 기여자가 됐다.
한 분기 영업이익 40조원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 가장 잘 나갔던 2018년 연간 영업이익 44조원(반도체 부문)과 비슷한 수준이다. SK하이닉스 혼자 분기에 그걸 넘본다는 게 지금 상황이다.
HBM이 비수기를 삭제한 이유
10년 넘게 반도체 업황을 지켜봤지만, 계절성이 이렇게 완전히 무력화된 건 처음이다. 원래 1분기는 비수기다. 소비자 기기 수요가 줄고, 서버 교체 주기도 잠잠해지는 시기다. 그런데 이번엔 오히려 전 분기보다 실적이 더 좋을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단순하다. AI 서버 수요가 계절을 타지 않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메타가 AI 인프라 투자를 멈추지 않는 한, HBM과 고용량 D램 수요는 연중 내내 꽉 찬다. SK하이닉스는 이미 2026년 HBM 생산분이 완판 상태이고, 일부 보도에선 2028년까지 사실상 여유 물량이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HBM 시장 점유율도 압도적이다. 2025년 2분기 기준 SK하이닉스의 HBM 점유율은 62%, 마이크론 21%, 삼성전자 17% 순이었다. UBS는 엔비디아 루빈(Rubin) 플랫폼에 탑재될 HBM4에서도 SK하이닉스가 70% 점유율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엔비디아가 HBM 공급선을 다각화하려 해도 SK하이닉스를 빼곤 물량을 맞출 수가 없는 구조다.
곽노정 CEO가 취임 초부터 밀어붙인 'HBM 퍼스트' 전략이 3년 만에 이 결과를 만들어냈다. 당시에는 과도한 선행 투자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다. 지금 와서 보면 그게 맞았다.
영업이익률 70%, 이게 제조업이 맞나
IBK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 1분기 영업이익률을 77%로 예상했다. 키움증권 76%, 미래에셋 72.7%. 내가 처음 이 숫자를 봤을 때 단위를 잘못 읽은 줄 알았다. 반도체 제조업에서 영업이익률 70%가 넘는다는 건, 매출 100원 중 70원 이상이 이익이라는 뜻이다. 명품 브랜드도 이 수준은 아니다.
비교 대상을 찾기가 어렵다. 굳이 찾자면 소프트웨어 기업이나 플랫폼 기업 정도다. 엔비디아가 AI 붐을 타고 영업이익률 60~65%를 달성해 세상을 놀라게 했는데, 거대한 공장을 짓고 장비를 돌리는 메모리 반도체 회사가 그것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과 비교해보면 차이가 더 선명해진다. 삼성전자도 1분기 기준 영업이익이 57조원 안팎으로 전망됐지만, 이건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메모리를 모두 포함한 수치다. 파운드리 부문은 아직 적자 구간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메모리 단독으로만 보면 SK하이닉스의 수익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주가 110만원, 목표주가 190만원까지
SK하이닉스 주가는 4월 중순 기준 110만원을 돌파했다. 증권가에서 나온 목표주가는 180~190만원까지 올라왔다. 맥쿼리는 "2028년까지 반도체 없다"며 목표주가를 대폭 상향했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단기간에 3조원 가까이 순매수한 것도 이런 기대를 반영한다.
시가총액은 이미 몇 달 새 두 배 수준으로 불어났고, 27년 만에 삼성전자를 제치고 순이익 1위에 오른 것도 화제가 됐다. 2025년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이 SK하이닉스 42조 6888억원, 삼성전자 33조 6866억원이었다.

목표주가 190만원을 그대로 믿는 건 아니다. 증권사 목표주가는 언제나 낙관적으로 써진다. 하지만 2026년 연간 영업이익 100조원이라는 전망이 황당하게 들리지 않는 게 지금 분위기다. 연간 100조원이면 분기당 25조원 평균인데, 1분기 혼자 40조원을 찍을 기세라면 연간 100조원은 충분히 달성 가능한 수준이다.
리스크는 있다
물론 모든 게 장밋빛은 아니다. 메모리 가격이 이 속도로 오르면 수요 측면에서 저항이 생길 수 있다. 2분기 낸드 75%, D램 63% 급등이 예상되는데, 고객사들이 재고를 쌓아두거나 구매를 늦출 가능성도 있다. HBM4 전환 시점에서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고, 삼성전자가 HBM 수율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면 점유율 압박이 커진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수출 규제나 관세 정책 변수도 무시할 수 없다. 엔비디아 H20 수출 제한이 확대되면 AI 서버 수요의 분포가 바뀔 수 있다.
그래도 큰 그림은 변하지 않는다. AI 추론 인프라 투자가 줄어들 기미가 없고, HBM의 기술적 대안이 단기간에 등장하기 어렵다. 지금 이 사이클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4월 23일 숫자는 최소한 기대를 배신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