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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미스 2호 달 탐사 성공, K-라드큐브만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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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우주비행사 4명이 달에서 돌아오는 길이다.
오는 10일, 오리온 우주선이 샌디에이고 앞바다에 착수한다. 아르테미스 2호의 귀환이다. 54년 만에 인류가 달 근처까지 다녀왔다. 살면서 이걸 볼 줄은 몰랐는데, 막상 현실이 되니 감회가 새롭다는 표현이 딱 맞다. 블로그를 10년 넘게 하면서 과학 뉴스를 꽤 다뤘지만, 이번 만큼 화면 앞에 붙어 있었던 적이 없었다.
왜 54년이나 걸렸나
1972년 12월 14일, 아폴로 17호 선장 유진 서넌이 달 표면에 마지막 발자국을 남기고 사다리를 올라탔다. "마지막으로 달을 떠나는 인간으로서 이 자리에 섰다. 우리가 갔던 곳에 곧 돌아오리라는 신념을 갖고 간다." 그런데 그 다음은 없었다.
달 탐사 공백의 원인으로 단순히 돈 문제를 꼽는 경우가 많다. 반은 맞다. 아폴로 시대가 냉전 경쟁의 산물이었고, 소련이 유인 달 탐사를 포기하자 미국 의회도 예산을 줄였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관료주의도 한 몫 했다. NASA 예산 중 아폴로 시대 최고점이 GDP의 0.9%(1966년)였는데 지금은 0.4% 수준이다. 그 작은 돈으로 프로그램을 유지하면서 정치적 변화마다 방향이 바뀌었다.
조지 W. 부시는 2004년 컨스텔레이션 계획을 선언했다. 오바마는 2010년에 취소했다. 트럼프 1기가 아르테미스로 이름 바꿔 재시동을 걸었고, 코로나와 SLS 기술 문제로 발사가 계속 밀렸다. 2022년에야 아르테미스 1호 무인 비행이 성공했고, 그로부터 3년 4개월 만에 드디어 사람을 태운 거다.
그 54년이 4월 1일 오후 6시 35분(미 동부시간), 케네디 우주센터 발사대 39B에서 끝났다. 한국 시각으로는 4월 2일 아침 7시 35분이었다. 빌딩 40층 높이의 SLS 로켓이 불을 뿜으며 오리온 우주선을 하늘로 밀어 올렸다. 추력 880만 파운드. 아폴로 새턴 V 로켓 이후 가장 강력한 NASA 로켓이다.

아폴로 13호가 56년간 지킨 기록을 6km 차이로 깼다
달 근접 비행 구간에서 숫자 하나가 나왔다. 지구에서 약 40만6776km. 유인 우주선이 지구에서 가장 멀리 간 역대 기록이다.
이전 기록 보유자는 1970년 아폴로 13호(40만171km)였다. 56년 묵은 기록을 약 6600km 차이로 넘겼다. 재밌는 건 아폴로 13호가 그 기록을 어떻게 세웠냐다. 발사 56시간 만에 산소탱크가 폭발해 달 착륙을 포기해야 했던 임무다. "휴스턴, 문제가 생겼다(Houston, we have a problem)"로 역사에 남은 그 사고 때문에 달 뒤쪽을 크게 돌아오는 자유귀환 궤도를 탔고, 그 경로가 기록적인 거리를 만들었다. 가장 비극적인 임무가 가장 멀리 간 임무가 된 아이러니다.
달 뒷면을 통과하는 40분 동안 오리온은 지구와 통신이 완전히 끊겼다. 달 자체가 전파를 차단한다. 그 침묵 속에서 우주비행사들은 '어스라이즈(Earthrise)'를 봤다. 달 지평선 위로 지구가 천천히 떠오르는 광경이다. 1968년 아폴로 8호의 빌 앤더스가 찍어 《타임》이 선정한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사진 100장'에 든 그 이미지를 실제로 눈으로 목격한 첫 번째 인류가 이 4명이다. 아, 저 4명 진짜 부럽다.
승무원 구성 자체도 역사였다. 선장 리드 와이즈먼, 조종사 빅터 글로버(지구 저궤도 너머를 비행한 최초의 흑인 우주비행사), 임무전문가 크리스티나 코크(최초의 여성), 캐나다 우주국의 제러미 핸슨(최초의 비미국인). 4명 중 3명이 각자 '인류 최초' 타이틀을 달고 우주로 나갔다. 미션이 성공적으로 끝난 지금, 이 4명의 이름은 아폴로 11호 승무원들처럼 교과서에 실릴 거다.

K-라드큐브, 한국의 심우주 데뷔전
아르테미스 2호에는 한국이 만든 초소형 위성 K-라드큐브(K-RadCube)가 탑재됐다. 발사 약 5시간 23분 후 오리온 우주선에서 분리됐다. 임무는 지구를 도넛 모양으로 감싼 방사선 띠 '밴앨런대'를 약 2주간 비행하면서 방사선 세기를 측정하는 것이었다.
이 데이터가 필요한 이유가 있다. 지구 저궤도(ISS 고도 400km)는 지자기장이 방사선을 막아준다. 하지만 달로 가는 길목의 밴앨런대(고도 수백~수만 km)를 통과할 때 우주비행사는 상당한 방사선에 노출된다. 얼마나 노출되는지 정확한 데이터가 쌓여야 방호복이나 항법 설계를 최적화할 수 있다. K-라드큐브의 측정값은 미래 유인 달 탐사의 안전 지침에 직접 반영될 예정이었다.
프로젝트 자체가 한국 우주 산업의 집결이었다. 방사선 측정 장비는 한국천문연구원, 위성 본체는 스타트업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가 제작했다. 방사선 검증용 반도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납품했다. 심우주 극한 환경에서 자사 반도체가 얼마나 버티는지 실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우주항공청 출범 이후 처음으로 국제 심우주 미션에 탑재물을 올린 프로젝트였다.
결과는 교신 실패다. 사출 직후 우주항공청이 지상국을 통해 신호 수신을 수십 차례 반복했지만 응답이 없었다. 공식 결론은 '끝내 교신 실패.' 대기권 재진입 시 소멸했거나, 사출 직후 안테나 전개 메커니즘에 문제가 생겨 첫 교신 자체가 불가능했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솔직히 아쉽다. 하지만 '실패'라고 단정 짓기엔 이르다. 큐브위성은 손바닥만 한 소형 위성이고, 밴앨런대 환경은 강렬한 하전입자가 전자 회로를 손상시킬 수 있는 극한 조건이다. 미국도 1970년대 초기 큐브위성 실험에서 수차례 교신 실패를 경험했다. 일본 JAXA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건 실패 데이터를 분석해서 다음 설계에 반영하는 과정이다. K-라드큐브가 아르테미스 2호에 탑재된 것 자체가, 한국이 심우주 미션 참여국 반열에 올랐다는 증거다. 이 첫걸음이 어떻게 이어지느냐가 진짜 질문이다.
다음은 달 표면이다
아르테미스 2호는 달에 착륙하지 않았다. 달 근처를 돌아 지구로 돌아오는 '자유귀환 궤도' 비행이었다.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달 착륙 임무를 위한 최종 유인 검증 비행이다.
오리온 우주선, 우주복, 생명유지 장치, 심우주 통신 시스템 — 이 모든 걸 10일간 실제 우주비행사가 탑승한 환경에서 테스트했다. 2022년 무인으로 날았던 아르테미스 1호 데이터와 합쳐, 이제 달 착륙을 위한 시스템 신뢰도가 확보됐다.
아르테미스 3호는 달 남극 인근에 착륙한다. 달 남극에는 영구음영지대가 있고, 그곳에 물(얼음) 형태로 수억 톤의 물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물을 전기분해하면 로켓 연료(수소+산소)와 우주비행사 생존에 필요한 산소가 나온다. 미래 달 기지의 핵심 자원이다. 스페이스X의 스타십이 달 착륙선(HLS) 역할을 맡는다. 빠르면 2027년이지만, 스타십 달 버전 개발 일정과 NASA 예산 심의를 감안하면 2028~2029년이 현실적인 예상 시점이다.
경쟁이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중국이 창어 계획으로 2030년 유인 달 착륙을 목표로 달리고 있다. 미국이 손 놓고 있으면 인류 최초 달 기지가 중국 이름을 달게 되는 시나리오도 이론적으론 가능하다. NASA가 말하는 달 경제 규모 190조 달러는 빈말이 아니다. 달에 매장된 헬륨-3는 핵융합 발전의 미래 연료고, 희토류와 백금족 금속은 첨단 산업의 핵심 소재다. 달이 단순한 탐험지에서 자원 경쟁의 전장으로 바뀌고 있다.

오는 10일, 오리온이 샌디에이고 앞바다에 첨벙 내려앉는다. NASA TV와 유튜브 라이브로 볼 수 있다. 54년 만에 달 다녀온 우주선이 바다에 빠지는 장면을 생방송으로 보는 경험, 나쁘지 않다. 인류가 달에 다시 발자국을 남기는 걸 우리 세대가 살아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거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