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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유예에 나스닥 12% 날아올랐다, 코스피도 5년 만에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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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9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 소셜에 짧은 글을 올렸다.

"75개국 이상이 무역 협상을 요청해왔다. 이 나라들은 미국에 보복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90일간 상호 관세를 유예하고, 이 기간 관세율을 10%로 낮추기로 했다."

문장 몇 줄짜리 포스팅이었다. 그런데 그 몇 줄에 나스닥이 12% 뛰었다. S&P 500이 9.5% 올랐다. 다우지수도 7.8% 상승했다.

나스닥 단일 거래일 12% 상승이 어느 정도냐면, 역사적으로 손꼽히는 수준이다. 2020년 3월 코로나 패닉 직후 최대 반등이 9%대였고,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최고 기록도 11%대에 그쳤다. 닷컴 버블 붕괴 구간 몇 차례를 제외하면, 현대 주식시장에서 나스닥이 하루에 12%를 넘긴 날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그날 증발했던 시가총액 중 1조 달러 이상이 단 몇 시간 만에 되살아났다.

코스피도 움직였다. 5년 10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며 급등했다. 3월 내내 57조 원어치를 팔아치웠던 외국인들이 순매수로 돌아섰다. 코스닥은 사이드카까지 발동됐다.

숫자만 보면 완벽한 축제다. 그런데 솔직히 나는 이 장면이 마냥 기쁘지 않았다.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드는 랠리였다.

나스닥 역사적 급등 — 트럼프 관세 유예 발표 직후 시장 반응

90일 유예, 내용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이번 발표 내용을 정확하게 짚을 필요가 있다. 제대로 읽으면 마냥 좋은 소식이 아니다.

중국을 제외한 75개국 이상에 부과하던 상호 관세를 90일 동안 10%로 낮춘다. 한국에 적용되던 26%가 10%로 내려왔다. 반도체, 자동차, 철강, 전자제품 모두 이 범위에 들어간다. 수출 기업들 입장에서는 숨통이 트인 건 분명하다. 특히 미국향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기업들에게는 3개월 짜리 유예가 생긴 셈이다.

반대로 중국에 대한 관세는 기존 104%에서 125%로 올렸다. 올리는 동시에 내리는, 전형적인 분리 타격 전술이다. 나머지 나라들에게는 "미국 편에 서면 협상 기회를 주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중국은 완전히 고립시키겠다는 구도다. 미국 내에서도 중국산 소비재 가격 급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90일이 끝난 뒤가 문제다. 협상이 잘 마무리되면 관세율이 추가로 낮아질 수 있다. 하지만 협상이 지지부진하거나 트럼프 쪽의 요구가 과도하게 커지면, 26%로 다시 올라갈 수 있다. 시장은 오늘을 즐기기로 했지만, 나는 문제를 뒤로 미룬 것과 문제가 해결된 것을 혼동하는 이 장면이 좀 불편하다. 10년 가까이 시장 글을 써오면서 이 패턴이 반복되는 걸 여러 번 봤다.

이번 급등 직전 3주가 어땠나

4월 9일의 12% 폭등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 직전 흐름을 봐야 한다.

4월 2일, 트럼프가 대국민 연설에서 이란 관련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종전 기대감을 완전히 꺾어버렸다. 코스피는 그날 4.47% 폭락하며 5,233에 마감했고, 원달러 환율은 1,520원을 다시 돌파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가 부족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4월 4일, 반도체 수출이 역대 최대치인 328억 달러를 찍었다는 통계가 나왔다. 그런데 코스피는 그날도 하락했다. 좋은 실적 뉴스보다 지정학 불안과 관세 공포가 훨씬 더 셌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은 매도를 멈추지 않았다.

4월 8일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삼성전자가 1분기 영업이익 57조 원이라는 역대급 실적을 발표했다. 같은 날 미-이란 2주 휴전 소식도 들어왔다. 코스피는 하루에만 6.87% 급등하며 5,872를 찍었다. 외국인들이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4월 9일, 트럼프 관세 유예가 기름을 부었다. 3주 만에 공포에서 환희로 완전히 뒤집혔다. 이렇게 빨리 뒤집히는 걸 보면, 그동안 진입 기회를 엿보며 대기하던 자금이 얼마나 많았는지 짐작이 간다.

코스피 반등 — 삼성전자 실적과 관세 유예로 외국인 귀환

타코 트레이드, 2026년에도 정확히 맞았다

미국 CNN이 이걸 "타코 트레이드(TACO Trade)"라고 이름 붙인 게 몇 달 전이다. TACO는 'Trump Always Chickens Out'의 줄임말이다. 트럼프가 극단적인 발언을 하다가 결국 한발 물러선다는 패턴을 가리킨다.

이 패턴은 2026년 들어 반복됐다. 이란에 최후통첩을 날리다가 이틀 뒤 공격을 미뤘다. 상호 관세를 국가별로 최대 50% 이상 부과했다가, 시장이 며칠 만에 폭락하자 90일 유예 카드를 꺼냈다. 관세를 104%까지 올리다가 결국 협상 테이블로 돌아왔다. MBC 뉴스데스크도 이 타이밍 패턴을 지적했다. 부정적인 메시지는 주말이나 장 마감 후에 나오고, 긍정적인 메시지는 개장 전에 나오는 패턴이 반복된다고.

문제는 이 공식을 너무 많은 사람이 알게 됐다는 점이다. 이미 "트럼프풋(Trump Put)"이라는 말도 쓰인다. 연준(Fed)이 시장이 무너지면 금리를 내려준다는 '연준 풋'에서 따온 말이다. 트럼프도 증시가 폭락하면 결국 완화적 제스처를 취한다는 믿음이 생긴 것이다.

이 믿음이 퍼질수록 두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하나는, 다음에 트럼프가 강경 발언을 해도 시장이 덜 빠지는 것이다. 이미 학습 효과가 생겼으니까. 다른 하나는, 트럼프가 시장을 정말로 설득하기 위해 이번엔 더 극단적으로 나가는 것이다. 둘 다 불편한 시나리오다. 나는 후자가 더 가능성 있다고 본다.

코스피 환경, 진짜로 바뀐 건가

이번 랠리에서 가장 의미 있는 신호는 외국인이 돌아왔다는 점이다. 2월 말부터 3월까지 57조 원어치를 순매도했던 외국인들이 순매수로 전환됐다. 기관도 함께 움직였다. 코스피 거래대금이 5년 만에 20조 원을 넘어서는 날이 나오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57조 영업이익 발표가 이 흐름의 기폭제였다. 반도체 실적이 이 수준으로 나왔다는 건 AI 인프라 투자가 HBM 수요를 꾸준히 만들어내고 있다는 증거다. 추론(Inference) 수요가 학습(Training) 못지않게 커지면서 메모리 수요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맞아들어가는 중이다.

그러나 환율이 아직 1,480원대라는 건 계속 눈에 걸린다. 코스피가 오르는 날에도 환율이 동반 하락하지 않는다면, 달러 기준으로 보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환차손이 생겨서 더 들어오기가 애매해진다. 이란 리스크와 미중 무역 갈등의 불확실성이 아직 환율에 남아 있는 것이다.

반도체 업황이 좋은 것과 코스피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건 엄밀히 말하면 다른 얘기다. 이번 랠리가 진짜 추세 전환인지, 아니면 강한 기술적 반등에 그치는지는 앞으로 2-3주 안에 외국인 수급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봐야 알 수 있다.

지금 어떻게 봐야 하나

나는 이번 반등을 리스크가 해소된 신호보다는 리스크가 90일 뒤로 연기된 신호로 읽는다. 관세 유예는 협상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라 협상할 시간이 생겼다는 뜻이다.

단기적으로는 분위기가 바뀐 건 맞다. 삼성전자 실적, 반도체 수출 호조, 외국인 귀환, 미-이란 휴전이 동시에 겹쳤으니 코스피가 추가로 더 오를 여지는 있다. 코스피 6,000을 얘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게 지속되는 상승 추세인지, 과열 반등 뒤의 되돌림인지는 90일 안에 미국-한국 협상이 어떻게 마무리되느냐에 달려 있다.

극단적인 공포 뒤에 오는 안도 랠리는 예상보다 강하고 예상보다 짧은 경우가 많다는 걸 나는 경험으로 안다. 2020년 3월에도, 2022년 10월에도 그랬다. 코스피가 6,000을 넘었다는 헤드라인이 쏟아지는 시점에서 오히려 한 발 물러서는 판단이 필요할 수 있다.

나는 90일이 끝나는 시점이 걱정된다. 오늘 시장이 즐기기로 한 건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유예 기간이 끝나는 날, 카운트다운 시계는 이미 돌아가고 있다.

트럼프 관세 정책 — 90일 유예 이후 미중 무역전쟁 불확실성

지금 시장은 오늘 하루를 최대한 즐기고 있다. 그게 나쁜 건 아니다. 다만 90일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