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ublished on
삼성전자 영업이익 57조, 비수기에 신기록 쓴 비결
- Authors
- Name
오늘 아침 삼성전자 잠정실적이 떴다. 매출 133조, 영업이익 57.2조.
숫자만 보면 실감이 안 날 수 있다. 비교하면 바로 감이 온다. 삼성전자의 2025년 연간 영업이익이 43.6조였다. 1분기 하나로 작년 1년치를 넘긴 거다.
컨센서스를 박살 냈다
증권가는 40조 정도를 예상했다. 낙관론자들도 50조 초반이 한계라고 봤다. 57.2조는 컨센서스를 42%나 상회하는 메가 서프라이즈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이 755%. 8.5배. 매출도 68% 늘었다. 단일 분기 영업이익 50조 돌파는 한국 기업 역사상 처음이고, 글로벌로 봐도 애플, 엔비디아 다음이다. TSMC보다 2배 많다.
10년 넘게 IT 업계를 지켜봤는데, 이 정도 서프라이즈는 2018년 반도체 슈퍼사이클 때도 없었다.

비수기에 이게 가능한 이유
반도체 업계에서 1분기는 전통적으로 비수기다. 연말 수요가 빠지고, 재고 조정이 들어가는 시기. 그런데 올해는 달랐다.
핵심은 AI 메모리 쇼티지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를 경쟁적으로 확장하면서 HBM(고대역폭 메모리) 수요가 폭발했다.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니 가격이 치솟았다. DRAM 가격이 전년 대비 109% 올랐고, NAND도 105% 뛰었다.
DS(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약 51조로 전체의 90%를 차지했다. 나머지는 갤럭시 S26 효과를 본 MX(모바일) 부문이 2~4조, 디스플레이가 3천억 정도다.
솔직히 말해서 이건 삼성이 잘해서라기보다 시장이 미쳐 돌아가고 있는 거다. AI가 메모리를 게걸스럽게 빨아들이고 있고, 만들 수 있는 회사는 전 세계에 세 곳뿐이다.

HBM 추격전, 어디까지 왔나
삼성의 아킬레스건은 HBM 점유율이었다. SK하이닉스가 50%로 압도적 1위, 삼성은 작년까지 20%에 불과했다. 그게 올해 28%로 올라왔다. 빠르게 좁히고 있긴 한데 아직 갈 길이 멀다.
기술 쪽에서는 승부수를 띄웠다. GTC 2026에서 7세대 HBM4E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엔비디아 루빈 울트라에 들어갈 물건이다. 처리 속도 최대 13Gbps, 초당 대역폭 3.3TB. 숫자가 좀 비현실적이다.
올해 HBM 생산량을 전년 대비 3배 넘게 늘리겠다고 했고, 그중 절반 이상을 HBM4로 채울 계획이다. 되면 대단한 건데, 이게 계획대로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파운드리 쪽도 움직임이 있다. 미국 텍사스 테일러 공장에서 2나노 시험생산이 시작됐다. 수율이 60%대에 진입했다는 소식인데, 양산 가능한 수준까지는 아직 좀 남았다. 연말 본격 가동이 목표.
이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게 무섭다
1분기가 비수기라는 걸 다시 떠올려보자. 2분기부터는 성수기다. 증권가에서 삼성전자 연간 영업이익 전망이 173조~220조인데, 최근엔 300조 가능성까지 나온다.
내가 좀 우려하는 건 이런 슈퍼사이클이 영원하지 않다는 점이다. AI 투자 과잉 논쟁이 계속 있고, 메모리 업황은 역사적으로 급등 후 급락 패턴을 반복해왔다. 지금은 축제 분위기지만 3~4분기쯤 수요가 꺾이는 신호가 나오면 분위기가 급변할 수 있다.

그래도 당장은 숫자가 말해주고 있다. 비수기에 57조. 한국 증시 시가총액 1위 기업이 실적으로 존재감을 증명한 날이다. 코스피가 폭락하는 와중에도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3.7% 올랐다. 시장은 이미 알고 있었던 셈이다.
증권사 목표주가는 21만~28만원. 현재가 19만 3천원 대비 아직 올라갈 여지가 있다는 평가다. 물론 목표주가란 게 그렇듯이, 반만 믿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