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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애플 영업기밀 소송서 자발 합의—직원 14명 포렌식 수용, 맞소송은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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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가 10월 15일 미국 연방법원에 자발적 합의문을 제출했다. 애플이 영업기밀 침해로 문제 삼는 하드웨어 기술을 소송이 끝날 때까지 제품 개발에 쓰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법원의 강제 명령이 아니라 오픈AI가 먼저 손을 들었다.
이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든 생각은 하나였다. 판사가 먼저 눈치를 줬겠구나.
아이폰 설계를 이끌었던 사람이 오픈AI로 옮겼다
사건의 발단은 사람이다. 탕 유 탄(Tang Yew Tan). 아이폰, 애플워치, 에어팟의 하드웨어 설계를 수십 년 이끈 애플의 핵심 인재였다. 2024년 초 애플을 떠난 뒤 오픈AI 최고하드웨어책임자(CHO) 자리에 앉았다. 탕 유 탄 외에도 창 리우(Chang Liu) 같은 엔지니어들이 잇따라 이직했다.
애플 입장에서는 자사가 수십 년간 쌓아온 하드웨어 노하우를 그대로 들고 나간 것과 다름없다. 탕 유 탄 한 사람의 머릿속에 아이폰 제조 공정과 공급망 전략이 얼마나 담겨 있을지 생각해보면, 애플이 소송을 결심한 이유는 충분히 이해된다.
2026년 7월 애플은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의 내용이 꽤 구체적이다. 오픈AI가 채용 과정에서 면접자들에게 미공개 제품 정보, 부품, 시제품을 면접 자리에 들고 오도록 요구했다는 것이다. 단순한 인재 영입이 아니라 조직적인 기술 탈취라는 주장이었다. 지목된 침해 내용은 제조 공정, 공급망 전략, 제품 설계 등 핵심 하드웨어 전반에 걸쳐 있다.
오픈AI는 강하게 반박했다. "애플의 소송은 부주의하고 지나치게 감정적이다." "우리는 애플의 영업기밀을 보유하고 있지 않고 원하지도 않는다." 초반에는 전형적인 부인이었다.

가처분 심리에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8월에 애플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오픈AI가 해당 영업기밀을 즉시 사용 중단하고 보유 자료 전체를 반환하라는 요청이었다. 전수 조사까지 요구했다. 꽤 공격적인 수순이었다.
그런데 10월에 들어서 법원에서 결정적인 신호가 나왔다. 에드워드 다빌라 연방법원 판사가 가처분 인용 가능성이 높다고 시사한 것이다. 법원이 애플 손을 들어줄 거라는 사전 신호였다. 애플이 제출한 증거와 법적 논리가 판사를 움직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 시점에서 오픈AI의 선택은 두 가지였다. 법원의 강제 명령을 받느냐, 자발적으로 먼저 합의하느냐. 강제 명령은 법적 패배의 공식 기록으로 남는다. 맞소송이나 항소를 해도 불리한 전력이 된다. 오픈AI는 후자를 골랐다.
합의 내용을 보면 단순한 구두 약속이 아니다. 오픈AI는 애플의 기밀 정보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는 핵심 직원 14명의 기기에서 포렌식 이미지를 수집해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처음에 애플이 전수 조사를 요구했다가 협상 끝에 14명으로 범위를 좁혔고, 오픈AI가 이를 받아들였다. 에드워드 다빌라 판사가 합의 집행 권한을 행사한다.

합의하면서도 맞소송은 선언했다
흥미로운 건 그 다음이다. 자발 합의를 제출한 것과 거의 동시에, 오픈AI는 법원에 사건 관리 보충 진술서를 제출하면서 애플을 상대로 반소를 제기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우리도 영업기밀을 탈취당했다"는 주장이다.
솔직히 이 대목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오픈AI가 무슨 기밀을 빼앗겼다는 건지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 법적 전략상 맞소송을 예고해두는 건 협상 카드로 흔히 쓰이는 수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방어에만 머물지 않고 공세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법원에서 공식화했다는 건 무시하기 어렵다. 오픈AI가 이 싸움을 질 싸움으로 보지 않는다는 신호다.
이 소송의 진짜 무대는 하드웨어 전쟁이다
이번 사건을 단순히 전직 직원 인재 유출 문제로 보면 절반밖에 못 보는 거다.
애플과 오픈AI는 불과 2년 전까지 파트너였다. iOS 18에 챗GPT가 탑재됐고, 시리와 챗GPT의 연동이 공식 발표됐다. "AI 동맹"이라는 말도 돌았다. 그 협력 관계가 얼마나 빠르게 끝났는지를 이번 소송이 잘 보여준다.
오픈AI가 하드웨어 시장으로 방향을 돌리면서 관계가 틀어졌다. 2026년 4월에 나온 보도들을 보면, 오픈AI는 퀄컴·미디어텍과 협력해 앱 없이 AI 에이전트만 탑재한 스마트폰을 2028년까지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간 3억~4억 대를 목표로 하는 규모다. 오픈AI가 성공한다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직접 맞붙게 된다.
애플의 강점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수직 통합이다. 자체 칩(A·M 시리즈), 운영체제, 앱 생태계가 하나로 묶인 구조다. 경쟁사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방어선이다. 오픈AI가 이 영역에 진입하려면 하드웨어 설계와 제조 공정 노하우가 필수다. 애플 출신 엔지니어를 핵심 포지션에 배치한 것도 그 맥락에서 읽힌다. 그리고 애플은 바로 그 채용 과정 자체를 문제 삼았다.
10년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테크 기업 간 소송을 꽤 많이 봐왔다. 삼성-애플, 구글-오라클, 퀄컴-애플. 이번 건은 결말이 어느 쪽이든 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유형이다. 배상금이 핵심이 아니다. 애플이 이 소송으로 얻고 싶은 건 오픈AI의 하드웨어 개발 속도를 늦추는 것이고, 오픈AI 입장에서 이 싸움이 길어질수록 2028 출시 일정이 흔들린다.

포렌식 결과가 판을 바꿀 수 있다
이번 자발 합의로 오픈AI는 강제 명령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했다. 하지만 찜찜한 건 어쩔 수 없다. 직원 14명의 기기 포렌식은 이미 합의된 사항이다. 거기서 애플 기밀 자료가 실제로 발견된다면 소송은 오픈AI에게 훨씬 불리해진다. 반소 카드도 힘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포렌식에서 별다른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애플의 주장은 흔들린다. 오픈AI의 반소 전략도 달라질 것이다. 결국 이 소송의 향방을 결정하는 건 법정 수사학이 아니라 14명의 기기 안에 무엇이 있느냐다.
오픈AI가 자발 합의로 이번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이 싸움은 이제 막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맞소송 예고, 포렌식 결과, 2028 AI 스마트폰 출시 일정까지. 지켜봐야 할 변수가 한두 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