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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는 89조, 갤럭시는 적자—삼성전자 2분기가 이상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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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0일 삼성전자가 2026년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 171조5000억원, 영업이익 89조5000억원. 전년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이 1813.8%.

처음 봤을 때 오타인 줄 알았다. 1813.8%라니. 아니다. 진짜다.

물론 분모가 낮았다. 2025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 반등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했을 수도 있다. 그래도 89조라는 숫자는 무겁다. SK하이닉스가 지난 분기 60조 영업이익으로 시장을 놀라게 했는데, 삼성은 그 1.5배를 찍었다. 이익률 52.2%, 한 분기 기준 역대 최대다.

그런데 같은 날, 이 기록적인 발표와 함께 묻힌 뉴스가 하나 있었다. DX부문—갤럭시 스마트폰과 TV, 가전을 담당하는 완제품 사업—이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영업손실 8000억원.

반도체로 89조를 벌면서 폰 사업은 적자다. 이상하게 들리지만, 이 두 결과는 정확히 같은 이유에서 나왔다.

반도체가 전체 이익의 99.7%를 가져갔다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과 첨단 칩 제조 공정

DS(Device Solutions)부문 영업이익이 전체의 99.7%를 차지했다. 사실상 삼성전자 전체 이익이 반도체 한 부문에서 나온 것이다. 나머지 사업이 합쳐도 0.3%였다.

DRAM과 NAND 모두 역대 최대 판매를 기록했다. 에이전틱 AI 확산으로 서버향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덕분이다. 에이전틱 AI는 대화형 AI보다 훨씬 많은 메모리를 소비한다. AI 에이전트가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외부 서비스와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수요가 서버 D램 시장 전체를 끌어올렸고, 삼성 DS부문은 그 한가운데 있었다.

영업이익률 52.2%라는 숫자는 어떤 의미냐면, 메모리 하나를 팔면 절반 넘게 남는다는 뜻이다. SK하이닉스의 76%보다 낮지만, 삼성이 여기까지 올라온 것 자체가 1년 전과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풍경이다.

솔직히 삼성 반도체가 이렇게 빠르게 돌아설 줄 몰랐다. 2025년 내내 HBM 납품 지연, 수율 문제, 경쟁사에 밀리는 악재가 겹쳤다. 그 상황을 불과 두 분기 만에 이렇게 반전시켰다는 것은 분명 시장 예상보다 빠른 회복이었다.

HBM4E, 엔비디아가 기다리는 삼성의 카드

차세대 HBM4E 고대역폭 메모리 칩과 AI 데이터센터

HBM(고대역폭 메모리) 쪽에서 삼성이 조용히 치고 나온 대목이 있다. 5월 말,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HBM4E 12단 샘플을 글로벌 고객사에 출하했다. HBM4 양산을 시작한 지 불과 3개월 만이었다.

HBM4E는 기술적으로 한 단계 더 간다. 핀당 동작 속도가 최대 16Gbps로 HBM4보다 20% 이상 빠르고, 용량도 48GB로 전작 대비 30% 이상 늘었다. 엔비디아가 내년 하반기 출시할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 울트라'에 탑재될 예정인 제품이다. 시장에서는 "엔비디아 요구 사양을 맞춘 건 삼성이 유일하다"는 말이 나왔다.

SK하이닉스가 HBM3E로 시장을 장악하는 동안 삼성이 고전했는데, HBM4E 국면에서 역전을 노리는 모양새다. 회사 측은 3분기 HBM4 매출이 2분기 대비 3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2024년 HBM3E 납품 지연으로 엔비디아에서 점수를 잃었던 삼성이 HBM4E 샘플에서 가장 먼저 손을 들었다. 이 타이밍이 실제 양산 수주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하지만, 적어도 기술 경쟁력 측면에서 삼성이 살아있다는 건 이번 분기에 확인됐다. 반도체 쪽에서는 삼성이 다시 공격적으로 나오고 있다.

칩플레이션, 왼손이 오른손을 조르다

갤럭시 스마트폰 분해 이미지와 메모리 부품 원가 급등 상징

이제 DX부문 얘기다. 갤럭시 S26 시리즈 판매 자체는 선방했다. MX사업부(모바일) 매출이 전년 대비 14% 늘어난 33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그런데 영업손실이 7000억원이다. 팔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다.

왜 이렇게 됐는지는 메모리 가격을 보면 바로 나온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800달러급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D램·낸드 비용이 지난해 1분기 약 63달러에서 올해 2분기 291달러로 뛰었다. 1년 반 만에 4.6배가 됐다. 스마트폰 제조원가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14%에서 40%까지 올라갔다는 뜻이다. 갤럭시 한 대를 만드는 비용의 거의 절반이 메모리다.

이걸 '칩플레이션'이라고 부른다. 반도체 가격 인플레이션이 완제품 원가를 덮치는 현상이다.

삼성은 독특한 위치에 있다. DS부문이 DRAM을 비싸게 팔면 팔수록, DX부문이 그 비싼 DRAM을 사서 갤럭시를 만들어야 한다. 내부거래라서 이전가격 협상이 있겠지만, DS가 독립 사업부 기준으로 최대 수익을 내는 구조에서 DX에 공짜로 공급할 수는 없다.

말하자면 삼성이 왼손으로 메모리를 팔고, 오른손으로 그 메모리를 사는 격이다. 칩 가격이 오르면 DS는 웃고 DX는 운다. 이번 분기가 딱 그 꼴이었다.

애플과 비교하면 구조적 차이가 보인다. 애플은 자체 SoC(A 시리즈 칩)를 직접 설계하고 TSMC에 생산을 맡긴다. 소비하는 DRAM 양 자체를 설계 단계에서 통제하기도 쉽고, 외부 조달 가격 협상력도 다르다. 삼성이 엑시노스 비중을 늘린다 해도 DRAM·NAND는 여전히 시장 가격을 따를 수밖에 없다. 갤럭시의 원가 구조 문제는 단기에 풀릴 이슈가 아니라는 얘기다.

역대 최대, 그런데 한 부문의 파티

89조5000억원 영업이익. 숫자만 보면 삼성전자 역사상 가장 좋은 분기다. 근데 이 숫자의 99.7%가 반도체 한 부문에서 나왔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

2025년에 삼성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기억해보면, 지금 이 호황이 구조적인 변화인지 사이클의 정점인지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에이전틱 AI 수요가 계속 이어진다면 DS부문 강세도 이어지겠지만, 반도체 사이클은 늘 예상보다 빠르게 꺾였다.

DX부문도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회사 측은 "부품 원가 부담 완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가격을 올리거나, 비용을 줄이거나, 이전가격 체계를 바꾸거나—세 가지 중 하나인데 어느 것도 쉽지 않다. 갤럭시를 더 비싸게 팔면 판매 대수가 줄고, 원가를 줄이면 품질에 영향을 주고, 내부 이전가격을 낮추면 DS 이익이 떨어진다.

3분기 전망은 밝다. HBM4 매출 3배, DRAM·NAND 수요 지속, 에이전틱 AI 확산. 반도체는 계속 잘 나갈 것 같다.

89조 영업이익, 대단하다. 근데 갤럭시 사업이 처음으로 적자를 내는 분기에 이걸 '역대 최대 실적'이라고 마냥 자축하는 게 맞는 건지 조금 묻고 싶기는 하다. 반도체 한 부문이 전체를 떠받치는 구조는 DS가 꺾이는 순간 전체가 흔들린다는 뜻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