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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중국 가전 34년 만에 철수 — TV 점유율 3%로 쪼그라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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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5월 6일, 중국 본토의 TV와 생활가전 판매를 공식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공기청정기, 의류관리기까지 가전 전 품목이 해당된다. 1992년 한중 수교를 계기로 중국에 진출한 지 꼭 34년 만이다.

냉정하게 보면, 늦은 결단이다.

TV 점유율 3%, 냉장고는 0.4%

숫자부터 보자. 2026년 현재 삼성전자의 중국 TV 오프라인 점유율은 3.54%다. 온라인 채널은 1.33%에 그친다. 같은 기간 하이센스의 오프라인 점유율은 34.92%. 삼성과 열 배 차이가 난다.

냉장고와 세탁기는 더 처참하다. 각각 0.41%와 0.37%. 중국 소비자 200명 중 1명도 삼성 냉장고를 사지 않는다는 뜻이다.

2014년만 해도 삼성의 중국 TV 연간 판매량은 255만 대였다. 2026년 현재 50만 대 아래로 떨어졌다. 12년 새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중국 TV 시장 전체 출하량 3,289만 대 중 상위 8개 브랜드가 전부 중국 업체고, 이들 합산 점유율이 94.1%다. 삼성을 포함한 외산 브랜드 전체 판매량을 합쳐도 100만 대를 넘지 못한다.

중국 매장에서 사라져가는 삼성 가전

어쩌다 이렇게 됐나

이 붕괴의 분기점은 LCD 패널 결정이었다고 본다.

삼성은 2022년 이후 TV용 LCD 패널 자체 생산을 완전히 포기했다. 그 결과 중국 BOE, HKC 같은 패널 제조사에서 핵심 부품을 사다 써야 하는 처지가 됐다. 부품 원가를 통제하지 못하면 가격 경쟁력을 만들 방법이 없다. 마진이 사라지고, 결국 프리미엄 포지셔닝만 남았는데 그것도 통하지 않은 거다.

거기다 TCL과 하이센스가 무섭게 올라왔다. 10년 전만 해도 한국 제품을 베끼는 카피캣 취급받던 브랜드들이, 이제 중국 내수를 넘어 북미와 유럽 시장까지 치고 들어오고 있다. 하이얼, 마이디어, 거리 같은 가전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싸게 시작해 품질까지 따라잡는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 중국 소비자들은 이미 자국 브랜드에서 충분한 품질을 찾고 있다.

삼성전자가 중국 TV 사업에서 일찌감치 손을 뗐어야 했는데, 점유율 방어에 집착하다 마진만 갉아먹었다는 게 내 생각이다. 로컬 브랜드의 추격이 분명해진 게 2018~2019년 무렵이었으니, 사실 5년 전에 이 결정이 나왔어야 맞다.

중국 가전 시장을 장악한 TCL·하이센스·하이얼

반도체·모바일로 올인하는 셈

삼성은 중국에서 가전을 접지만, 갤럭시 스마트폰과 반도체, 의료기기 사업은 유지한다. 이 방향 자체는 맞다.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에서 반도체(DS) 사업 비중은 90%에 육박한다. 반면 TV와 생활가전을 합친 VD/DA 사업의 영업이익은 0.2조 원으로 전체의 극히 일부다. 어디에 자원을 쏟아야 할지는 이 숫자가 이미 다 말해준다.

다만 갤럭시 스마트폰 사업도 마음을 놓기 어렵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 점유율은 현재 1% 남짓이다. 화웨이, 샤오미, vivo, OPPO가 빈틈없이 시장을 가르고 있다. 모바일도 언젠가 가전과 비슷한 경로를 걷게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삼성이 '중국에선 반도체만 버는 회사'로 전락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직 세계 TV 시장에서는 삼성이 점유율 15%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TCL이 13%, 하이센스가 12%로 바짝 뒤를 쫓고 있다. 중국에서 보여준 이 역전 패턴이 북미나 유럽 시장에서 반복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34년의 기록이 남기는 것

삼성은 1994년 톈진에 TV 공장을 세우고 컬러 TV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이듬해 쑤저우에도 생산 법인을 만들었다. 한때 중국 TV 시장 점유율 1위였던 적도 있다. 그 기억이 이제 공식적으로 과거가 됐다.

이 결정을 단순히 삼성 하나의 사업 철수로 보면 좁게 보는 거다. 중국 제조업이 단순 저가 생산 기지에서 벗어나 품질과 브랜드를 갖춘 경쟁자로 자라났다는 신호다. 한국 가전이 일본 제품을 밀어냈던 것처럼, 중국 브랜드가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다.

삼성이 반도체와 모바일에서 계속 우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아니면 거기서도 같은 패턴이 펼쳐질지. 지금 선택과 집중이 어디로 이어지는지가 앞으로 5~10년의 삼성 이야기를 쓸 것이다.

삼성전자 반도체·모바일 사업 집중 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