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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이 22년 만에 주인 바뀌었다 — 업스테이지 솔라 LLM으로 AI 포털 만드는 진짜 속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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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5월 7일) 업스테이지가 포털 '다음' 운영사인 AXZ 인수를 최종 확정했다. 카카오가 보유한 AXZ 지분 100%를 업스테이지에 넘기고, 카카오는 그 대가로 업스테이지 신주 15~25%를 받는 주식교환 방식이다. 증권가가 추산하는 AXZ 가치는 2,000~3,000억원, 업스테이지 기업가치는 2조원 이상.

다음이 2004년 카카오(당시 카카오와 합병 전 다음커뮤니케이션)에 흡수된 이후 22년 만에 주인이 바뀌는 거다.

업스테이지 AI 포털 개념도

카카오가 다음을 포기한 이유

솔직히 이건 예견된 수순이었다. 다음은 한때 네이버와 1위를 다투던 포털이었지만 2010년대 들어 검색 점유율이 한 자릿수대로 추락했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먹는 돈만큼 실속이 없었다. 뉴스·블로그·카페라는 콘텐츠 생태계는 남아 있지만, 광고 수익은 네이버의 발끝에도 못 미쳤다.

2023년 카카오가 다음 포털 조직을 별도 법인 AXZ로 분리한 것 자체가 매각을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고 나는 봤다. 독립 법인으로 빼놓으면 지분 정리가 쉬워지니까. 그리고 올해 1월 업스테이지와 MOU, 4개월 실사를 거쳐 어제 본계약. 카카오로서는 쓸모가 줄어든 자산을 AI 스타트업 지분으로 교환한 나쁘지 않은 거래다.

업스테이지는 왜 다음이 필요했나

업스테이지는 지금까지 전형적인 B2B 회사였다. 솔라(Solar) LLM을 기업에 파는 구조. 문서 처리, 의료, 금융 분야에 솔라를 탑재한 솔루션을 납품하는 식이었다. 허깅페이스 오픈LLM 리더보드에서 솔라가 상위권에 자주 오른다는 건 AI 커뮤니티에서도 알려진 사실인데, 그게 일반 대중에겐 전혀 안 알려져 있다는 게 문제였다.

B2B는 안정적이지만 브랜드가 쌓이지 않는다. GPT를 쓰는 사람은 '오픈AI'를 안다. 클로드를 쓰는 사람은 '앤트로픽'을 안다. 솔라를 탑재한 기업 솔루션을 쓰는 사람은 '업스테이지'를 모른다. 이게 장기적으로 치명적이다.

다음은 그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해 준다. 월간 활성 사용자 수백만 명. 뉴스, 블로그, 카페, 검색 로그라는 한국어 실사용 데이터의 보고. 솔라를 대중에게 직접 노출할 수 있는 창구. 업스테이지 입장에서는 사용자 획득 비용을 따지면 오히려 싼 인수였을 수도 있다.

솔라 LLM과 다음 검색 데이터 결합

솔라 + 다음 = AI 포털, 실제로 가능한가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하루 1조 토큰 처리를 목표로 하면 GPU가 약 1만 장 필요하고, 에이전트 서비스까지 붙으면 100배"라고 했다. GPU 1만 장이 어느 정도냐면, 엔비디아 H100 기준으로 장당 3~4만 달러, 총 3~4억 달러 규모다. 에이전트 서비스까지 붙이면 수십억 달러. 말이 안 된다.

물론 이건 최대치 시나리오를 언급한 거고, 실제로는 단계적으로 간다. 당장은 다음 검색 결과 옆에 AI 요약이나 Q&A 기능을 붙이는 수준에서 출발할 가능성이 높다. 네이버가 2023년부터 'AI 검색'을 붙였고, 구글은 Search Generative Experience(SGE)를 이미 글로벌 롤아웃했다. 업스테이지가 참고할 레퍼런스는 많다.

진짜 문제는 인프라 비용이 아니라 품질이다. 다음 검색을 쓰는 사람이 네이버 대신 다음을 쓰는 이유가 AI 답변의 질 때문이어야 한다. 지금 다음 검색의 사용자 이탈 이유가 '검색 결과가 네이버보다 못해서'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AI 답변의 정확도와 한국어 특화 수준이 분수령이 된다.

솔라 모델이 한국어 벤치마크에서 실제로 높은 점수를 받는다는 건 사실이다. 다음이 가진 한국어 웹 데이터와 결합하면 한국어 특화 모델로서 경쟁력이 생길 수는 있다. 단, 그게 일반 사용자가 체감할 수준으로 나타나야 하는데, 그 간격이 얼마나 좁혀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경쟁 구도와 위기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자체 검색과 이미 통합하고 있다. 구글도 서울 AI 캠퍼스를 올해 개소하며 한국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퍼플렉시티 같은 AI 검색 전문 서비스는 영어권 먼저 치고 나오고 있다.

업스테이지-다음 연합이 이 구도에서 틈새를 찾을 수 있는 건 '한국어 특화'와 '기존 다음 사용자 기반'이다. 네이버에 불만이 있지만 구글은 낯선 50~60대 사용자층, 한국어 뉴스·블로그 소비가 주된 라이트 사용자. 이 층을 AI 검색으로 온보딩하는 데 성공한다면 의외로 빠른 시장 반응이 나올 수 있다.

반대로, 출시 초기 AI 답변 품질이 기대에 못 미치면 '다음이 또 실패했다'는 인식이 굳으면서 남은 사용자층마저 이탈할 위험도 있다. 이건 양날의 검이다.

AI 검색 포털 경쟁 구도

카카오는 뭘 얻나

표면적으로는 업스테이지 지분 15~25%를 얻는다. 업스테이지가 기업가치 2조원으로 상장에 성공하면 카카오는 3,000~5,000억원 규모의 지분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물론 그게 언제냐가 관건이다.

더 중요한 건 카카오가 AI 인프라에 대한 부담 없이 AI 성과를 취하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카카오 자체 AI 투자는 그간 여러 번 시작했다 흐지부지됐다. 카카오브레인, 카나나 등 내부 LLM 프로젝트가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사라졌거나 축소됐다. 외부 업스테이지에 지분 투자 형태로 올라타는 게 내부에서 키우는 것보다 현실적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10년 블로그를 하면서 이런 '기술 회사의 선택과 집중'을 여러 번 봤다. 핵심 역량이 아닌 데서 손을 떼고, 잘하는 파트너에게 위임하고, 지분으로 참여하는 방식. 대부분은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카카오도 그 논리를 따른 거라고 본다.

다음 AI 포털이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는 아직 구체적인 제품 발표가 없다. 올 하반기 정도에 베타가 나올 것 같다. 그때 실물을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 일단은 22년 만에 다음이 새로운 판을 벌일 기회를 얻었다는 것 자체가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