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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가 AI 칩 직접 만든다—탈엔비디아 이어 탈화웨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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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7일 새벽, 엔비디아 주가가 미국 장 개시 전 2% 가까이 빠졌다. 특별한 실적 발표도 아니었고, 뜬금없는 하락이었다. 원인은 로이터 단독 보도 하나였다. 딥시크(DeepSeek)가 자체 AI 칩을 만들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미국 수출 제재로 엔비디아 최신 칩을 못 쓰는 중국 AI 기업이 화웨이 칩에 기댄다는 건 이미 알려진 얘기다. 그런데 딥시크는 화웨이한테서도 벗어나려 한다. '탈엔비디아'를 넘어 '탈화웨이'까지 노리는 셈이다.

딥시크 자체 AI 칩 개발 선언

1년 동안 조용히 진행한 일

딥시크가 자체 칩 프로젝트를 시작한 건 약 1년 전이다. 그동안 링크드인 같은 공개 채용 플랫폼이 아닌 비공식 경로로 칩 설계 엔지니어를 끌어모았다. 칩 설계 업체, 파운드리, 메모리 공급사와도 별도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준비한 셈이다.

개발 중인 칩의 성격이 흥미롭다. 학습(Training)용이 아니라 추론(Inference)용이다. AI 모델이 이미 완성된 뒤 사용자 질문에 답을 생성하는 단계, 그 부분에만 집중한다. 이유가 있다. 학습 칩은 아직 엔비디아를 대체하기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추론 칩은 설계 난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수요는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챗GPT 같은 서비스가 하루에 처리하는 추론 요청이 수십억 건에 달한다는 걸 생각하면, 이 시장 자체가 거대하다.

딥시크가 자체 추론 칩을 갖게 되면 칩 공급 불안 없이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다. 단순한 반도체 자립 얘기가 아니라, 사업 리스크를 줄이는 문제다. R1이나 V3 같은 자신들의 모델을 자체 설계한 칩 위에 돌릴 수 있다면, 엔비디아와 화웨이 모두에게 흥정 카드를 쥘 수 있다.

탈엔비디아에서 탈화웨이로

딥시크가 처음 AI 모델을 공개할 때는 엔비디아 H800 GPU를 썼다. 미국 수출 규제에 맞춰 성능을 낮춘 중국 전용 버전이다. 이후 화웨이 어센드(Ascend) 칩을 활용한 버전을 내놓으면서 국산 하드웨어 비중을 조금씩 늘렸다. 그런데 이번엔 화웨이 어센드도 건너뛰려 한다.

알리바바, 바이두에 이어 딥시크까지 자체 칩 개발에 뛰어들면서, 중국 AI 기업들의 목표가 한 단계 올라갔다. "쓸 수 있는 최선의 칩을 찾는 것"에서 "직접 만드는 것"으로.

중국 AI 반도체 생태계 구도

이 구도를 더 넓게 보면 구도가 선명해진다. 서방은 엔비디아(설계)—SK하이닉스(고대역폭메모리·HBM)—TSMC(파운드리)로 이어지는 삼각 공급망을 굳혀가고 있다. 중국은 그 맞은편에 화웨이(설계)—창신메모리 CXMT(메모리)—중신궈지 SMIC(파운드리)로 엮은 자체 생태계를 키우고 있다. 일종의 'AI 반도체 원팀'이다.

딥시크가 자체 칩 설계에 성공한다면, 중국 AI 반도체 원팀의 설계 레이어에서 화웨이의 독점 위치가 흔들릴 수도 있다. 화웨이로선 지금껏 딥시크의 모델 공개 덕에 어센드 칩 수요가 늘어났는데, 딥시크 자체 칩이 나오면 상황이 달라진다. 중국 내 경쟁이 심화되는 셈이다.

돈도 생겼다

타이밍도 맞아떨어진다. 딥시크는 현재 중국 국가 펀드 주도로 약 74억 달러(약 10조 원) 규모의 첫 외부 자금 조달을 추진 중이다. 기업가치 기준으로 최대 590억 달러(약 80조 원) 선이 언급된다. 창업 이후 처음으로 외부 자본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 정도 자금이면 칩 개발에 본격 투자할 여력이 생긴다. 물론 AI 칩 설계는 돈만 있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수 년의 엔지니어링 작업, 파운드리 접근권, HBM 조달 루트가 모두 필요하다. 미국 수출 규제 탓에 TSMC 같은 최첨단 파운드리는 그림의 떡이고, 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HBM도 못 쓴다. SMIC의 최선단 공정이 7나노급에 머물러 있다는 점도 현실적인 걸림돌이다.

그럼에도 딥시크가 이 도전에 나선 건, 어느 정도 계산이 있는 베팅이라고 본다. 1~2년 안에 엔비디아 H100급 추론 칩을 뽑아낸다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 하지만 자체 칩으로 내부 서비스 원가를 낮추고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는 것, 그 정도 목표는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 딥시크가 지금껏 보여준 방식—제약 조건 안에서 극도로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내는 것—과도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AI 반도체 칩 제조 공정

엔비디아 주가가 2% 빠진 이유

엔비디아 입장에서 딥시크는 항상 불편한 존재였다. 저렴한 비용으로 만든 AI 모델이 GPT-4o급 성능을 냈다는 소식 하나만으로도 지난해 초 엔비디아 주가를 하루에 17% 날린 전례가 있다. 이번엔 장전 2%에 그쳤지만, 시장이 반응하는 방향은 같다.

딥시크의 중국 내 주요 고객이 엔비디아 칩을 덜 사게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추론 시장에서의 점유율 잠식 가능성, 그리고 만약 딥시크의 칩 설계 방법론이 외부로 확산된다면—딥시크는 알다시피 오픈소스 모델 공개에 적극적이다—파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엔비디아 추론 칩 수요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이 선반영된 것이다.

물론 엔비디아의 지배력이 단기간에 흔들릴 거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도 그렇게 본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효율적인 AI를 만드는 법을 증명해 온 딥시크가, 이번엔 칩까지 건드리겠다고 나섰다. 이 회사가 "그래도 기술 자립은 어렵겠지"라는 말을 어떻게 뒤집어 왔는지를 이미 봐왔다.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비웃음을 되갚을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