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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순이익 27조, 시총 삼성의 2배 — AI 반도체 독주는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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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6일 TSMC가 2026년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순이익 5,725억 대만달러, 한화로 약 26조 8,000억 원. 전년 같은 기간보다 58.3% 뛰었다. 시장 예상을 훌쩍 넘긴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4분기 연속 사상 최대 실적 경신이다.
솔직히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조금 얼어붙었다. 27조 원짜리 순이익을 분기에 찍었다는 게 아직도 실감이 잘 안 난다. 10년 전 TSMC가 이 정도 규모가 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이 얼마나 됐을까 싶다.

숫자 뜯어보기
매출은 1조 1,341억 대만달러, 달러로 환산하면 약 359억 달러다. 전년 대비 35% 증가. 매출총이익률 66.2%, 영업이익률 58.1%. 두 수치 모두 자체 가이던스의 상단을 뚫었다.
이게 단순히 실적이 좋은 수준이 아니다. 매출의 61%가 HPC(고성능컴퓨팅) 부문에서 나왔다. HPC는 사실상 AI 칩 수요와 동의어다. 엔비디아가 주문하는 AI 가속기, 빅테크가 자체 개발하는 커스텀 칩, 스마트폰 AP까지 다 TSMC가 굽는다.
3나노미터 공정 매출 비중도 전체의 25%를 차지했다. 2023년 3분기엔 6%였다. 2년 반 만에 4배 넘게 올랐다. 선단 공정 수요가 얼마나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수치다.
2분기 가이던스는 390억~402억 달러. 1분기보다도 10% 이상 더 성장한다는 얘기다. 연간으로는 달러 기준 30%+ 성장을 자신했다. 웨이저자 TSMC 회장은 컨퍼런스콜에서 "AI 수요는 매우 강력하다"고 했는데, 저 가이던스가 말보다 훨씬 설득력 있다.
AI가 뒤흔든 반도체 지형

2026년 세계 반도체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그 한가운데 TSMC가 있다. AI 인프라 투자가 줄어들 기미가 없고, 그 투자가 결국 파운드리 수요로 직결되는 구조가 굳어졌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메타가 2026년 AI 인프라 투자 계획을 수백조 단위로 발표했다.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GPU가 늘어날수록 TSMC 주문이 늘어난다. 엔비디아 블랙웰 아키텍처, 구글 TPU 최신 세대, 애플 실리콘까지 줄줄이 TSMC 공정에서 나온다.
중동 전쟁 변수가 있었다. 헬륨 같은 반도체 핵심 원자재 공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실제로 실적 발표 직후 TSMC 주가가 3% 빠지기도 했다. 그런데 CFO 웬델 황은 "단기적으로 헬륨 공급 차질은 없다"고 못 박았다. 시장이 과민 반응한 것에 가깝다.
삼성 파운드리는 어디 있나
내가 이 실적에서 가장 주목한 건 TSMC와 삼성전자의 격차다. TSMC 시가총액이 삼성전자의 두 배를 넘었다. 같은 반도체 산업에서 파운드리 사업을 하는 두 회사가 왜 이렇게 다른 궤도에 있는 걸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격차가 63%포인트다. TSMC 65% 안팎, 삼성 파운드리 한 자릿수 중반. 삼성이 엔비디아 그로크 LPU 양산과 테슬라향 A16 칩 수주를 확보한 건 분명 긍정적인 신호다. 그런데 TSMC가 이미 엔비디아, AMD, 애플, 퀄컴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이 이 격차를 뒤집으려면 단순한 공정 개발보다 고객 신뢰를 쌓는 게 먼저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수율 문제가 반복해서 발목을 잡아왔다. 3나노 1세대 때 퀄컴이 물량을 TSMC로 옮기면서 이슈가 수면 위로 올라왔고, 그 인식이 아직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다. HBM4 베이스 다이에 4나노를 적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데, 이게 실적으로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이 실적이 말하는 것
TSMC 실적 발표가 단순한 회사 하나의 성과표가 아니라는 걸 이제는 다들 안다. AI 인프라 투자 사이클이 얼마나 살아있는지를 보여주는 온도계다. 그 의미에서 이번 1분기는 꽤 명확한 신호를 보냈다. 투자가 살아있고, 수요가 실제로 존재하며, 아직 천장에 닿지 않았다.
2분기 가이던스가 다시 사상 최대치를 찍는다면, 올 하반기 AI 서버 투자 가속화가 본격화되는 시기에 TSMC는 또 한 번 기록을 갈아치울 가능성이 높다. 연간 30%+ 성장이라는 전망이 허언이 아닐 것 같다는 게 지금 내 판단이다.
삼성 투자자라면 TSMC 실적 발표를 볼 때마다 마음이 복잡할 것 같다. 나도 어느 정도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