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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제미나이 탑재 애플 시리, iOS 26.4도 건너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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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올봄 선보이겠다던 '진짜 시리'가 또 미뤄졌다.
iOS 26.4에 탑재될 예정이던 구글 제미나이 기반 차세대 시리의 핵심 기능이 테스트 과정에서 발목 잡혀 출시 일정을 다시 조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말 "일부 기능이 iOS 26.5(5월)이나 심하면 iOS 27(9월)로 밀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후 공개된 iOS 26.4 업데이트 노트에서 시리 관련 항목은 조용히 사라졌다.
제미나이까지 붙잡고 갔는데
제대로 이해하려면 올해 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26년 1월 13일, 애플과 구글은 공동 성명을 내며 꽤 깜짝스러운 발표를 했다. 애플의 차세대 파운데이션 모델(Apple Foundation Models)을 구글 제미나이 기술 기반으로 개발하기로 한 다년 계약이었다. 금액은 연간 10억 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오픈AI와 맺었던 챗GPT 연동과는 차원이 다른, 아예 모델 레벨에서 협력하는 방식이다.
당시 반응은 극적이었다. 구글 시총이 발표 다음 날 4조 달러를 돌파했고, 업계에선 "오픈AI 독주 시대가 끝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왔다. 애플이 자체 AI를 포기하고 구글에 손을 내밀었다는 사실 자체가 상징적이었다. 자존심 상당히 세운 결정이었을 거다.
원래 계획은 이랬다. 구글 제미나이를 품은 새 시리를 2026년 2월 베타 공개, 3월 iOS 26.4와 함께 일반 배포. 기기 내 온디바이스 처리는 유지하면서 제미나이의 강력한 언어 이해 능력을 결합해 사용자가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개선을 보여주겠다는 거였다.
석 달이 지난 지금, 상황이 좀 그렇다.

뭐가 문제인지 구체적으로
테스트 단계에서 발견된 버그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응답 속도가 기대에 크게 못 미쳤고, 복잡한 질문에서는 정확도가 뚝 떨어졌다. 사용자가 빠르게 말하면 음성을 중간에 끊어버리는 문제도 있었다.
그중 가장 황당한 건 제미나이 기반 시리가 처리를 포기하고 기존 챗GPT 연동 기능으로 되돌아가버리는 현상이었다. 새 시리를 쓰려고 업데이트했더니 구 시리 방식으로 넘어가는 꼴이다. 이건 기술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치명적이다.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애플은 온디바이스 추론과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트(PCC)를 병행하는 방식을 유지하면서 제미나이의 클라우드 언어 모델 능력을 결합하려 했다. 두 시스템을 잇는 레이턴시가 예상보다 높게 나왔다. AI 어시스턴트는 응답이 0.5초를 넘으면 체감 품질이 급격히 나빠지는데, 지금 수준으로는 일상에서 쓸 수 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내부에서는 핵심 기능을 여러 버전으로 나눠 순차 배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쉽게 말하면, 완성된 시리를 한 번에 내놓는 게 아니라 되는 것부터 조금씩 올리겠다는 거다. 뭔가 급하게 쪼개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iOS 26.4에는 뭐가 들어가나
시리가 빠진 대신 iOS 26.4에는 다른 업데이트들이 들어간다. 카플레이 전면 개편이 핵심이다. 대시보드 레이아웃을 차량별로 더 유연하게 구성할 수 있고, 챗GPT와 제미나이를 CarPlay에서 직접 호출하는 기능도 추가된다. 앱 연동은 된다는 얘기다. 시리 자체가 되는 게 아닐 뿐이지.
음악 앱 인터페이스 개선, 이모지 업데이트, 규제 준수 기능 추가도 포함됐다. 나쁜 업데이트는 아니다. 하지만 애플이 올해 시리를 전면에 내세워 대대적으로 마케팅해온 점에서, 시리가 또 빠진 업데이트는 공허하게 느껴진다는 게 솔직한 반응이다.

10년이 넘도록 시리가 이 지경인 이유
개인적으로 시리를 진지하게 써본 게 언제인지 기억이 잘 안 날 정도다. 아이폰 쓴 지 꽤 됐는데, 시리한테 날씨 물어보다가 엉뚱한 웹 검색으로 넘어가는 걸 몇 번 겪고는 그냥 포기했다. 주변 아이폰 유저들도 대부분 비슷한 패턴이다.
시리가 이렇게 된 데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애플은 사용자 데이터를 온디바이스에서만 처리하는 프라이버시 정책을 고집했다. 이건 맞는 방향이지만, 대규모 클라우드 학습 데이터 없이는 오픈AI나 구글 수준의 언어 모델을 만들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기기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모델 자체의 언어 이해 능력이 낮으면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구글에 손을 내밀었다. 애플 입장에서는 꽤 굴욕적인 선택이었을 거다. 근데 제미나이를 붙여도 온디바이스 처리 원칙과의 충돌을 해결하지 못하면 결국 같은 벽에 부딪힌다. 지금 버그 중 상당수가 그 구조적 긴장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프라이버시와 성능,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다 보니 양쪽 모두 완전하지 못한 상태가 된 거다.
진짜 시리는 언제 나오나
애플 내부에서는 올봄 출시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라고 한다. 그렇다면 iOS 26.5, 5월 업데이트가 마지노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 6월 WWDC에서 iOS 27 프리뷰가 나오는데, 그전까지 제대로 된 시리를 보여주지 못하면 개발자 커뮤니티에서의 신뢰가 더 떨어진다.
일부 기능, 특히 캘린더·이메일·사진 등 앱을 넘나드는 개인화 기능은 아무래도 iOS 27로 밀릴 것 같다. 이게 기술적으로 가장 어려운 영역이고, 제미나이 통합보다 훨씬 복잡한 레이어다.
애플은 "일정 지연설을 반박한다"는 입장도 내놨다. 연내 선보인다는 건 맞는 말이다. 근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연내"가 5월인지 9월인지에 따라 체감이 완전히 다르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제미나이를 붙였다고 시리가 하루아침에 챗GPT나 제미나이 앱 수준이 되진 않는다는 거다. 구글 제미나이가 아무리 강력해도 애플의 온디바이스 처리 구조, 시리 고유의 인터페이스, 수십 개 앱과의 연동 레이어가 전부 따라가야 한다. 쉬운 작업이 아닌 건 맞다.
그래도 이 지연이 좀 답답하다. 시리가 제대로 된 AI 어시스턴트가 되는 걸 기다린 지가 벌써 몇 년째다. 구글과 손잡으면서 드디어 뭔가 달라질 줄 알았더니, 또 기다리라고 한다. 당분간은 그냥 아이폰에서 제미나이 앱이나 챗GPT 앱 따로 쓰는 게 현실적인 선택이다.
애플이 약속을 지키는 날이 오면 그때 다시 평가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