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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럴당 119달러, 리터당 1,900원 — 중동 전쟁이 당신의 지갑까지 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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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13일 | 유가·증시·환율 연쇄 충격 분석


2주 전만 해도 배럴당 65달러였던 기름값이 오늘 100달러를 넘나들고 있다. 주유소 기름값은 2주 새 리터당 200~300원씩 뛰었고, 코스피는 이틀 만에 19% 폭락했다가 하루 만에 10% 반등하는 정신 나간 롤러코스터를 탔다. 원달러 환율은 1,500원 문턱을 넘보고 있고, 정부는 29년 만에 석유 가격 통제라는 극단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대체 2주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2월 28일, 모든 것이 바뀌었다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전격 공습을 개시했다.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거처와 혁명수비대 시설이 타격을 받았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것으로 맞받아쳤다. 전 세계 석유 교역량의 4분의 1이 통과하는 이 좁은 물길이 막히자 유가는 말 그대로 수직 상승했다. 브렌트유는 3월 10일 장중 배럴당 119.50달러까지 치솟았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 이후 최고치다.

사우디와 UAE까지 미국·이스라엘 편에 서서 참전 의사를 밝히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이란이 튀르키예까지 미사일로 공격하는 바람에 NATO 참전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지경이다. 3월 10일 트럼프와 푸틴이 1시간 동안 통화하며 전쟁 종식을 논의했다는 소식이 나왔고, 이란도 CIA를 통해 비공식 협상을 시도한 정황이 포착되긴 했다. 하지만 이란은 공식적으로 협상 요청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어 휴전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이란 전쟁 발발 후 국제유가 추이 공습 개시 이후 브렌트유가 65달러에서 119달러까지 급등했다가, IEA 비축유 방출 소식에 90달러대로 내려앉은 흐름

코스피 역대급 폭락, 그리고 29년 만의 가격 통제

한국 시장이 받은 충격은 유난히 컸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 94%인 나라에서 유가 폭등은 곧 경상수지 악화이고, 환율 상승이고, 물가 폭탄이다.

코스피는 3월 3일부터 이틀간 연속 폭락해 2월 27일 장중 6,347포인트에서 3월 4일 5,094포인트까지 무려 1,250포인트가 날아갔다. 하루 -12.06%라는 숫자는 1983년 코스피 출범 이래 역대 최대 일일 낙폭이다.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고 삼성전자는 20만 원, SK하이닉스는 100만 원이 각각 무너졌다. 바로 다음 날 9.63% 급반등하면서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내 경험상 이 정도의 양방향 변동성은 2008년 금융위기 때나 볼 수 있었던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도 요동쳤다. 3월 9일 한때 1,507원을 찍으며 17년래 최고치에 근접했고, 3월 들어 일 평균 환율 변동폭이 13.2원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주요 통화 중 원화의 약세 폭이 가장 크다는 점도 신경 쓰인다.

국내 주유소 기름값은 이미 생활 체감의 영역을 넘어섰다. 2월 넷째 주 기준 휘발유 1,693원, 경유 1,592원이었던 전국 평균 가격이 3월 12일 각각 1,903원, 1,924원까지 올랐다. 경유가 리터당 300원 이상 폭등한 주유소도 속출했다. 이 상황에서 정부는 오늘(3월 13일) 0시부로 석유 최고가격제를 전면 시행했다.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가격을 휘발유 1,724원, 경유 1,713원으로 제한하는 조치다.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29년 만에 국가가 직접 기름값에 상한선을 긋는 건데, 그만큼 상황이 급박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중동 전쟁이 한국 경제에 남긴 흔적 코스피, 환율, 주유소 가격, 핵심 숫자까지 — 2주간의 충격을 한눈에 정리했다

기름값 상한제, 만능은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석유 최고가격제만으로 이 위기를 해결할 수는 없다.

공급가격에 상한을 설정한 거지 주유소 판매가격을 직접 규제하는 건 아니라서, 실제 소비자가가 얼마까지 내려올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정유사 손실은 정부 재원으로 보전한다지만, 전쟁이 길어지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세금으로 돌아온다. 2주마다 가격을 재설정한다는 건 현실적인 설계이긴 하지만, 유가가 계속 100달러 위에서 머물면 상한선 자체를 올려야 하는 딜레마도 생긴다.

다행히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역대 최대 규모인 4억 배럴의 전략비축유 공동 방출을 승인했고, 일본도 자체 비축유 방출을 결정하면서 유가는 한때 119달러에서 90달러대까지 내려왔다. G7도 원칙적 지지를 표명하며 국제 공조 체제가 가동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이 여전히 사실상 봉쇄 상태이고 중동 주요 산유국들의 생산량이 하루 600만 배럴 이상 줄어든 상황이라, 공급 정상화 없이 비축유만으로 가격을 억누르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사우디가 홍해를 통한 우회 수출을 늘리고 있다고는 하나, 해운 데이터를 보면 호르무즈 봉쇄로 빠진 물량을 메우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변수는 하나다. 전쟁이 언제, 어떤 형태로 끝나느냐. 단기 봉합이 되면 유가는 빠르게 70달러대로 복귀할 수 있고, 코스피도 5,500 이상에서 안정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전면전이 장기화되고 호르무즈 봉쇄가 지속된다면 유가 120달러 재돌파, 환율 1,600원,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하기 어렵다. 바클레이스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부근에서 한동안 머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고,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도 하반기 이후로 밀릴 거라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지금은 선택의 시간이 아니라 관찰의 시간이다. 허둥지둥 움직이기보다 중동 정세와 유가 흐름을 매일 체크하면서, 각자의 포트폴리오가 이 충격을 버틸 수 있는 구조인지를 점검하는 게 먼저다.


참고 자료: Reuters, Bloomberg, Investing.com, 한국은행, 산업통상자원부, 오피넷, 나무위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