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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쇼크에 비트코인 6.7만 달러, 그런데 바닥 신호가 조용히 켜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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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8일 |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속 암호화폐 시장 점검
지난 금요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2월 고용 지표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잠깐 눈을 의심했다. 시장 예상치는 5만 명 증가였는데, 실제 결과는 9만 2천 명 감소였다. 단순히 예측이 빗나간 게 아니라 방향 자체가 틀렸다. 더 불편한 건 12월 수치도 소폭 증가에서 1만 7천 명 감소로 하향 수정됐다는 것이다. 2010년 이후 처음으로 한 해에 일자리가 5개월 연속 줄어드는 해가 만들어지는 모양새다.
비트코인은 이 소식에 5% 넘게 빠지며 한때 6만 4천 달러 아래까지 내려갔다. 현재는 6만 7천 달러 수준에서 거래 중이다. 지난해 10월 12만 6천 달러를 찍었던 시절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47% 가까이 빠진 것이다. 공포탐욕지수는 12다. 2020년 코로나 폭락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런데 지금 시장을 들여다보다가 좀 이상한 걸 발견했다. 공포 지수는 역대급으로 낮고, 거시경제 뉴스는 연일 최악인데, 정작 시장 내부에서는 바닥을 알리는 신호들이 조용히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대중이 패닉에 떠는 동안, 데이터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ATH 대비 약 47% 하락. 이더리움과 솔라나는 각각 59%, 72% 빠지며 더 깊은 조정을 받았다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두 글자가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간단히 말해 경기는 나빠지는데 물가는 오르는 최악의 조합이다. 고성장에는 금리 올리면 되고, 경기 침체에는 금리 내리면 되는데, 스태그플레이션이 오면 어느 쪽으로 손대도 나머지 하나가 터진다.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사실상 손발이 묶이는 상황이다.
지금 미국이 딱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신호들이 동시에 들어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 세계 수입품에 15% 관세를 올렸고, 이란과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유가가 뛰었다. 물가 압력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고용은 오히려 예상을 크게 밑돌았다. Principal Asset Management의 Seema Shah 전략가는 "노동 시장은 부실해지고 있지만 아직 무너지지는 않은 상태"라고 표현했는데, 이 '아직'이라는 단서가 오히려 더 불안하게 들린다.
비트코인은 이 흐름에서 가장 먼저 맞는 자산 중 하나다. 3월 1일 기준 비트코인과 S&P 500의 30일 상관계수가 0.55로 올라왔다는 분석도 있다. 거시 불안이 켜지는 순간 코인이 주식과 함께 팔려나가는 패턴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KC Private Wealth의 Kevin Crowther는 "비트코인의 소프트웨어 주식과의 높은 상관관계가 불확실성 시기의 헤지 자산이라는 주장을 약하게 만든다"고 직접 지적했다.
이더리움은 현재 1,963달러, 솔라나는 82.95달러. 두 코인 모두 고점에서 60~70% 이상 빠진 상태다. 특히 솔라나는 불과 반 년 전에 트럼프 행정부의 친크립토 기대감으로 300달러에 육박했던 코인이다. 이쯤 되면 단순 조정이 아니라 전형적인 하락 사이클의 중후반부를 걷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고점에서 물린 투자자들은 지금 어떤 심정일지 충분히 공감이 간다. 나도 예외는 아니니까.
그런데 내부 데이터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시장 바깥에서 들려오는 뉴스만 보면 지금 코인을 들고 있는 게 미련한 일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나도 최근 들어 잠깐 멈추고 생각해봤다. 그런데 실제 온체인 데이터와 자금 흐름을 뜯어보면 생각보다 다른 그림이 그려진다.
먼저 장기 보유자들의 움직임이다. 2월 5일, 1년 이상 보유한 장기 홀더들의 30일 롤링 순매도 포지션 변화는 마이너스 24만 3,737 BTC였는데, 3월 1일에는 마이너스 3만 1,967 BTC로 줄었다. 87% 감소다. 쉽게 말해, 가장 오래 들고 있던 사람들이 더 이상 팔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패닉에 던지는 물량이 사라지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현물 ETF 자금 흐름도 눈에 띈다. 11월 34억 8천만 달러에 달했던 순유출이 12월 10억 9천만 달러, 1월 16억 1천만 달러, 2월에는 2억 600만 달러로 줄었다. 고점 대비 94% 감소다. Citrea의 공동창업자 Orkun Mahir Kılıç는 "ETF 유출은 구조적 이탈보다는 디레버리징에 가깝다"며 "유의미한 자금 유입 전환을 위해서는 거시 방향성 확보와 변동성 완화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쉽게 말해, 내다 팔 사람들이 거의 팔았다는 것이다.
ETF 유출 규모가 94% 줄었다. 과거 극단 공포(공포탐욕지수 10 이하) 이후 1년 수익률은 항상 세 자리 숫자였다채굴자들도 마찬가지다. 2월 8일에 순매도가 마이너스 4,718 BTC로 정점을 찍은 이후 3월 1일에는 마이너스 837 BTC로 빠졌다. 채굴자들이 운영비 충당을 위해 물량을 쏟아내는 최악의 국면은 지나고 있는 것 같다.
Mercado Bitcoin의 리서치 헤드 Rony Szuster는 금 대비 비트코인 가격 기준으로 분석했을 때, 2025년 1월 금 대비 고점을 찍은 이후 12~13개월 패턴을 적용하면 2026년 2월이 잠재적 바닥이 될 수 있고, 3월부터 회복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시차를 두고 보면 지금이 딱 그 타이밍이다. 물론 이런 사이클 분석이 항상 맞는 건 아니다. 하지만 데이터로 근거를 제시하는 분석이라는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 실제로 3월 4일에 비트코인이 7만 4천 달러까지 잠깐 반등하기도 했다.
부자들은 오히려 지금 더 사고 있다
공포 지수 12가 뜬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멘탈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돈 많은 사람들은 요즘 완전히 다른 행동을 하고 있다.
부동산 재벌 그랜트 카드론(Grant Cardone)이 대표적이다. 그는 2월 23일 X에 "카드론 캐피털이 50% 할인된 가격에 현금 흐름으로 비트코인을 계속 추가 매수하고 있다"고 올렸다. 이 발언은 비트코인이 고점에서 47% 빠진 시점에 나온 것이다. 심지어 자신의 2024년형 봄바르디어 글로벌 7500 전용기까지 팔아서 비트코인 추가 매수 자금을 마련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전용기를 팔았다는 게 퍼포먼스성 발언인지 진심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하락장에 크게 베팅하고 있다는 건 사실이다.
카드론의 전략은 단순히 코인을 사는 게 아니다. 부동산 임대 수익을 월 분배금 수령 후 72시간 이내에 기계적으로 비트코인에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신경 쓰지 않고 정기 매수하는 구조다. 마이클 세일러가 스트래티지에서 하는 것과 유사한 모델이다. 올해 목표는 1만 비트코인 확보라고 했다. 현재 보유량은 수천 BTC로 알려져 있으며,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올해 안에 수천억 원 규모를 더 사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카드론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할 필요도 있다. 그는 부동산 투자자이지 암호화폐 전문가가 아니다. 강한 발언과 공격적 마케팅으로 유명한 사람이고, 자신이 투자한 자산을 공개적으로 홍보하는 데 이해관계가 있다. 그가 1만 달러짜리 투자 강좌를 팔면서 비트코인 강세론을 외친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자산 관리 규모 50억 달러짜리 회사가 실제로 수천만 달러를 투입하고 있다는 건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다.
한편 Polymarket에서는 62%의 사용자가 2026년 중 비트코인이 5만 달러 아래로 빠질 것이라고 베팅하고 있다. 이 정도면 시장 컨센서스가 꽤 강하게 하락 쪽으로 기울어진 셈이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극단적 공포와 극단적 비관론이 겹치는 시점이 오히려 매수 적기였던 경우가 많았다는 게 아이러니다.
지난해 10월 이후 비트코인은 47% 빠진 반면, 금은 온스당 3,800달러에서 5,146달러로 35% 올랐다. 안전자산으로의 자금 이동이 뚜렷하다크립토에 구조적으로 좋은 뉴스도 있다
굵직한 악재 뒤에 조용히 묻혀있는 소식들도 있다.
3월 6일, Kraken이 연방준비제도(Fed)의 지급결제 계좌(마스터 어카운트)를 취득했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연준의 결제망에 직접 접근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은행이 아닌 회사가 연준 계좌를 갖는다는 게 얼마나 이례적인 일인지는, 지금까지 이게 허용된 전례가 없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설명된다. 하락 뉴스에 치여 대부분 지나쳤지만, 10년 후에 돌아봤을 때 꽤 중요한 날짜가 될 수 있다.
플로리다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주 라이선스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규제 강화로 읽힐 수도 있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면 기존에 법적 회색지대에 있던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공식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과거부터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에 강하게 반대해온 인물이다. 연방 정부가 발행하는 디지털 달러는 막겠다는 입장이면서, 민간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라이선스 체계를 만들어 제도권에 편입시키겠다는 것이다. 이 구분이 나중에 미국 암호화폐 규제의 방향을 보여주는 단서가 될 수도 있다.
슈왑(Schwab) TV가 트럼프 대통령의 비트코인 지지가 투자 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도한 것도 이 맥락에서 읽힌다. 운용자산 7조 달러짜리 금융기관의 미디어 채널이 비트코인 투자 심리를 메인으로 다룬다는 것 자체가 2020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장면이다. 시장 분위기와 무관하게, 비트코인이 메인스트림 금융의 언어로 논의되는 구조는 이미 자리를 잡고 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지금 비트코인의 단기 방향에 대해 확신이 없다. Standard Chartered는 올해 목표치를 5만 달러로 낮췄고, Arthur Hayes는 비트코인이 여전히 기술주와 함께 움직이고 있어 최근 7만 4천 달러 반등이 단순 반짝 반등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시장에서 "곧 오른다"고 단언하는 건 무책임하다.
다만 내가 보는 몇 가지 신호는 있다. 장기 보유자들이 팔기를 멈추고 있다는 것, ETF 유출이 94% 줄어들며 사실상 끝나가고 있다는 것, 고액 투자자들이 오히려 매수를 늘리고 있다는 것. 이 세 가지가 동시에 나타나는 국면은 역사적으로 대개 하락의 막바지였다. 2020년 3월 코로나 폭락, 2022년 6월 루나 사태, 2022년 11월 FTX 파산, 그때마다 공포 지수는 10 이하였고 그 이후 1년 수익률은 세 자리 수였다.
물론 이번엔 다를 수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이 본격화되면,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비트코인은 금과 다른 방향으로 계속 떨어질 수 있다. 금은 현재 온스당 5,146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 중이다. 원달러 환율도 1,483원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안전자산으로서의 비트코인 내러티브가 아직 시장에서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 이 숫자들 속에 그대로 드러난다.
반올림 공포도 있다. Polymarket의 62%가 올해 비트코인이 5만 달러 아래로 갈 거라고 베팅하고 있다는 게 계속 신경 쓰인다. 대중의 컨센서스가 압도적으로 한쪽으로 기울면 오히려 반대 방향이 나오는 게 시장이지만, 그게 반드시 항상 맞는 건 아니다.
지금 당장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보다, 어떤 변수를 계속 모니터링해야 하는지가 더 중요한 시점이다. 연준이 금리 인하 시점을 언제로 바꾸는지, 트럼프 관세 정책이 또 어떻게 요동치는지, 그리고 현물 ETF 자금이 순유입으로 전환하는 순간이 언제인지. 특히 세 번째가 바뀌면 분위기는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달라질 수 있다. 지난 3월 4일 비트코인이 하루 만에 8% 오르며 7만 4천 달러에 닿았던 것처럼.
공포 지수 12. 숫자 하나만 놓고 보면 역대급 공포다. 그런데 역대급 공포가 역대급 기회였던 순간이 생각보다 많았다. 물론 역대급 공포가 역대급 손실의 서막이었던 적도 분명히 있었다. 지금 우리가 어느 쪽에 서 있는지는, 솔직히 몇 주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 정도 공포 속에서도 조용히 쌓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들 중에 틀리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아직 모른다.
시장 데이터는 2026년 3월 8일 기준이며, 본 내용은 특정 자산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참고 자료: BeInCrypto, CoinDesk, NBC News, CryptoTicker, Benzinga, Alternative.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