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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가 막히자 내 코스닥 계좌도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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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4일 오전, 한국 증시가 역사를 새로 썼다. 나쁜 방향으로.

코스피와 코스닥이 동시에 8% 넘게 폭락하면서 두 시장 모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20분간 거래가 멈췄다. 2020년 3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날 하루에만 코스피 시가총액 574조 원이 공중으로 사라졌고, 코스닥은 역대 최대 낙폭인 -14%를 기록하며 1,000포인트 아래로 주저앉았다.

같은 시각 미국 나스닥은 -1.02%였다.

이 숫자 하나가 이번 사태의 핵심을 설명한다. 왜 나스닥은 버텼는데 코스닥은 역대급으로 무너졌는가. 그 답은 유가와 환율, 그리고 한국 경제의 구조적 약점이 한꺼번에 폭발한 것에 있다.


발화점: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 연합군이 이란에 선제공격을 개시했다. 3월 1일에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이란 국영방송을 통해 확인됐다. 이란은 보복으로 중동 전역의 미군 기지와 유류 시설에 드론 공격을 퍼부었고, 급기야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했다.

이 발표 하나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뒤흔들었다. 브렌트유는 장중 최대 13% 급등하며 배럴당 82달러를 찍었다. WTI도 6% 이상 올랐다.

유가·환율 연동 추이 유가 급등과 원달러 환율 동반 상승. 브렌트유는 2월 말 68대에서68대에서 82까지 올랐고, 원달러 환율은 1,439원에서 1,488원까지 치솟았다.

왜 호르무즈가 그렇게 중요한가.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이 좁은 해협을 통과한다. 그리고 한국의 경우 이야기가 더 심각하다. 한국은 전체 원유 수입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물량의 95% 이상이 호르무즈를 거쳐 들어온다. 쉽게 말해, 그 해협이 막히면 한국의 정유공장부터 가스충전소까지 전부 얘기가 달라진다. "기름값 오르면 한국·일본 특히 위험하다"는 전문가 경고가 현실이 된 것이다.


나스닥은 왜 버텼나

유가 급등이 나스닥에 준 충격은 분명 있었다. 3월 2일 장 초반 나스닥 선물은 2.4%까지 급락했다. 그런데 장 마감 때는 +0.36%였다.

이걸 가능하게 한 건 두 가지다.

첫째, 월가에는 "총알이 날아다닐 때 매수하라"는 오래된 격언이 있다. 실제로 잘 먹혔다. 엔비디아가 하루에 +2.99%, 마이크로소프트가 +1.48% 오르며 낙폭을 메웠다. 지정학적 충격에서 현금이 풍부한 빅테크를 안전지대로 보는 인식이 자리 잡혀 있다는 뜻이다.

둘째, 미국은 2019년 이후 에너지 순수출국이다. 유가가 오르면 엑손모빌(+1.13%)이나 셰브런(+1.52%) 같은 에너지 기업이 수혜를 받아 지수를 받쳐준다. 유가 상승이 미국 경제 전체에는 오히려 혼재된 영향을 준다는 뜻이다.

골드만삭스의 분석에 따르면, 2000년 이후 WTI가 하루 10% 이상 급등한 22번의 사례에서 다음날 S&P500은 평균 0.24% 떨어졌지만 한 달 뒤에는 평균 1.23% 올랐다. 미국 증시 입장에서 유가 충격은 무섭지만 반드시 장기 재앙은 아닌 것이다.

물론 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재점화했다는 건 분명 부담이다. 2월 ISM 제조업 가격지수가 70.5로 치솟으면서 연준의 6월 금리 동결 확률이 53%로 상향 반영됐다. 금리 인하 기대가 빠지면 기술주 밸류에이션에 압박이 온다. 나스닥이 선방했다고 해서 위험이 사라진 건 아니다.


코스닥은 왜 이렇게 많이 빠졌나

나스닥이 선방하는 동안 코스닥은 3월 3일 -4.62%, 다음 날 -14%로 사상 최대 하락을 기록했다. 같은 중동 전쟁인데 왜 한국만 이렇게 맞았나.

이유가 셋이다.

고점 부담이 너무 컸다. 연초부터 2월 말까지 코스피는 48.17% 올랐다. 세계 주요 지수 중 1위다. 같은 기간 나스닥은 -2.47%였다. 올라도 너무 많이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지정학적 충격이 오면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는 건 필연이다.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의 표현을 빌리면 "단순히 주가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하는 국면"이었다.

외국인이 무너졌다. 3월 3일 하루에만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5조 1,731억 원을 순매도했다. 역대 두 번째 규모다. 달러 강세가 진행되면 외국인 입장에서는 한국 주식에서 수익을 내도 환전 손실이 생긴다. 원달러 환율이 1,466원(3.3일), 1,476원(3.4일), 현재 1,488원까지 밀리는 구간에서 한국 자산의 매력이 실시간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원유 의존도라는 구조적 약점. 앞서 말했듯 한국은 원유 수입의 70%를 중동에 의존한다. 유가가 오르면 한국 기업의 생산 비용이 올라가고, 경상수지가 나빠지고, 원화가 추가로 약해진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돌파했고 중동 전면전 우려와 유가 폭등 여파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초로 대내외 불안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증시 낙폭 비교 중동발 충격에 대한 글로벌 증시 반응 비교. 코스닥 -14%, 코스피 -12%가 세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미국 나스닥이 보합 수준을 유지한 것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공포지수 VKOSPI는 이날 62.98까지 치솟으며 2020년 3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만전자는 옛말, 10만전자 가는 거 아니냐"는 자조 섞인 탄식이 주식 커뮤니티를 뒤덮었다고 하는데, 삼성전자가 하루 만에 9.88% 빠지는 걸 보면 탄식도 이해가 된다.


그래서 지금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나

3월 5일, 이란이 CIA에 제3국을 통해 협상 의사를 타진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고 코스닥도 일부 회복해 현재 1,116선에서 거래 중이다. 사흘 전의 978포인트에서 14% 넘게 반등한 수치다.

유가·환율·증시 연쇄 파급 구조 유가 급등이 나스닥과 코스닥에 전혀 다른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 경로. 한국은 환율 리스크와 원유 의존도가 충격을 두 배로 증폭시켰다.

나스닥과 코스닥의 향방을 가를 변수는 지금부터 세 가지다.

중동 전황의 조기 종결 여부가 가장 급하다. 지상전이 장기화되면 유가 80달러 이상을 버텨야 하는 구간이 길어지고, 그러면 연준 금리 인하 기대는 더 멀어진다. 반면 협상이 진전되면 유가 빠지고 환율 내려가고 외국인 다시 들어온다. 이 사이클은 과거 중동 분쟁에서도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연준 다음 움직임도 지켜봐야 한다. 현재 CME FedWatch 기준으로 6월 동결 확률이 53%다. 인플레이션 지표가 나오는 시점마다 기술주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마지막은 한국만의 문제. 원달러 1,500원이 심리적 마지노선이다. 이 선이 뚫리면 외국인 이탈이 기계적으로 다시 시작될 수 있고, 코스닥 중소형주가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다. 반대로 유가가 70달러 아래로 내려오면서 환율이 1,450원대로 안정된다면, 연초 강세장의 재개 여지는 충분히 있다.

내 개인적인 시각으로는, 단기 충격은 과도했다. 연초 48% 오른 코스피가 이틀 만에 19% 날린 건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반응으로서 합리적이라기보다 공포가 공포를 먹은 측면이 있다. 문제는 그 공포가 언제 가라앉느냐인데, 이란 협상이 실질적인 정전 합의로 이어지는 게 확인되기 전까지는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

방산주만 신나는 장은 오래가지 않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이틀 만에 20% 가까이 올라도, 반도체와 자동차가 15% 빠지는 구조에서는 포트폴리오 전체가 마이너스다. 당분간은 포지션 크기를 줄이고 현금 비중을 높이면서 전황 뉴스를 체크하는 게 맞는 접근이라고 본다.

한 가지 더. 이런 지정학적 충격이 있을 때마다 매번 느끼는 건데, 한국 증시가 세계에서 유독 크게 맞는 패턴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뉴스에서도 "일본은 3% 빠졌는데 한국만 7% 폭락"이라는 제목이 나왔다. 2024년 8월 엔케리 트레이드 청산 때도, 2025년 관세 전쟁 때도, 그리고 이번에도 같은 패턴이다. LS증권 신중호 센터장이 "1990년대 IT 버블과 맞먹는 속도로 급등한 코스피가 기초 체력 대비 약해진 상태"라고 지적한 것처럼, 연초 48%의 폭등 자체가 이미 부메랑의 씨앗이었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한국 시장을 포기할 이유는 없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펀더멘털은 여전히 견조하고, 전쟁이 단기에 종료된다면 이번 급락이 되려 매수 기회가 됐던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조정이 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던 차에 전쟁이 터지며 조정이 왔다"며 "반도체 대장주 실적이 견고할 만큼 전쟁이 단기에 끝난다면 조정도 빠르게 마무리될 수 있다"고 한 진단이 설득력 있다.

결국 핵심은 하나다. 유가가 70달러 아래로 돌아오느냐, 아니면 80달러 위에서 장기화되느냐. 그 숫자 하나가 연준 기대, 환율 방향, 외국인 수급을 다 결정한다. 나스닥과 코스닥, 방향은 같아도 속도는 다를 것이다. 그 속도 차이를 이해하고 대응하는 사람이 이 구간에서 살아남는 투자자가 된다.


본 분석은 2026년 3월 6일 기준으로 작성되었으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참고 자료: 머니투데이, 헤럴드경제, 연합뉴스, 서울신문, 대신증권·키움증권 리포트, CME FedWatch, 한국거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