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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12% 폭락에 서킷브레이커, 그 시간 비트코인은 7% 급등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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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5일 | 크립토·증시 크로스 분석


3월 4일 오후, 한국거래소 딜링룸에서는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코스피가 장중 12%를 넘어서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고, 코스닥은 14%가 증발했다. 시가총액 527조 원이 하루 만에 허공으로 사라진 것이다. 9·11 테러 다음 날 이후 25년 만의 최대 폭락. 삼성전자는 11% 빠지며 '17만전자'가 됐고, SK하이닉스도 두 자릿수 하락을 면치 못했다.

그런데 같은 시각, 코인 시장에서는 정반대의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비트코인은 7.3% 치솟으며 7만 3천 달러를 돌파했다. 이더리움 +8.9%, 도지코인 +14%. 코스피 투자자들이 피눈물을 흘리는 동안 코인판은 파티 분위기였다. 이 엇갈린 풍경이 대체 어떻게 가능한 건지, 그리고 이 흐름이 얼마나 갈 수 있는 건지 뜯어보겠다.


검은 수요일 — 코스피가 무너진 진짜 이유

이번 폭락의 직접적 원인은 미국-이란 전쟁의 장기화 우려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운항을 방해하기 시작했고, 브렌트유는 배럴당 81달러를 넘어섰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70%를 중동에, 그중 95% 이상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여오는 나라다. 유가 폭등은 곧 한국 기업의 비용 증가이고, 인플레이션 압력이고, 경기 침체 가능성이다.

3일에 이미 7.24% 빠졌던 코스피가 4일에 12.06%를 추가로 잃었으니, 이틀 합산 낙폭이 약 20%에 달한다. 연초부터 2월 말까지 48% 올랐던 상승분을 이틀 만에 절반 가까이 반납한 셈이다. 올해 세계 1위 수익률을 찍던 시장이 이 꼴이 됐으니, 솔직히 참혹하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3일 하루에만 5조 1,700억 원을 순매도했다. 역대 두 번째 규모의 이탈이다. 원달러 환율은 1,476원까지 치솟으며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00원 돌파 직전까지 갔다. 환율이 오르면 외국인은 원화 자산의 달러 기준 수익이 줄어드니 더 팔게 되고, 더 팔면 환율이 더 오르는 악순환. 이 루프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작동했다.

코스피·코스닥에 서킷브레이커가 동시 발동된 건 2020년 3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처음이라는 사실이, 이번 충격의 무게를 잘 보여준다. 공포지수 VKOSPI는 62.98까지 치솟으며 역시 코로나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개인 투자자들이 5조 8천억 원을 순매수하며 하단을 지키려 했다는 것. 패닉에 빠진 외국인과 기관이 던지는 물량을 한국 개미들이 받아내는 익숙한 풍경이 또 한번 연출된 셈이다.

코스피 vs 비트코인 엇갈린 흐름 이틀 연속 급락한 코스피(빨간색)와 같은 기간 반등에 성공한 비트코인(주황색). 두 자산의 움직임이 이렇게까지 갈라진 건 올해 처음이다

비트코인이 급등한 세 가지 이유

한국 주식시장이 폭삭 주저앉는 동안 비트코인이 오른 이유는 뭘까? 복합적이다.

첫째, 이란 평화 협상 기대감이 코인판에 먼저 반영됐다. 뉴욕타임스가 이란 정보부가 CIA에 비공식 접촉을 시도했다고 보도하면서, 전쟁이 조기 종결될 수 있다는 기대가 퍼졌다. 주식시장은 장이 열리기 전까지 이 뉴스를 가격에 반영할 수 없었지만, 24시간 돌아가는 코인 시장은 실시간으로 반응했다. 도지코인이 14% 가까이 뛴 것도 이 맥락이다 — 밈코인은 심리에 가장 민감한 자산이니까.

둘째, 기관 자금이 코인으로 돌아오고 있다. 2월 24일 이후 비트코인 현물 ETF에 약 17억 달러(약 2.5조 원)가 유입됐다. 작년 10월부터 5주 연속 이어졌던 순유출이 드디어 끊긴 것이다. CoinDesk의 분석을 보면 이번 유입은 차익거래용이 아니라 순수한 방향성 매수에 가깝다. 파생상품 시장의 베이시스 거래 수익률이 낮고 선물 미결제약정도 줄어든 상황이라, ETF 유입이 곧 비트코인을 사겠다는 의지로 읽힌다는 것이다.

내 생각에 이건 꽤 의미 있는 시그널이다. 기관이 올해 들어 16% 빠진 자산에 다시 들어온다는 건, 적어도 이 가격대가 바닥 근처라고 판단했다는 뜻이니까. Bloomberg Intelligence의 ETF 애널리스트 제임스 세이파트도 "올해 비트코인이 칼날처럼 떨어지는 동안 저가 매수가 거의 없었는데, 이제야 패턴이 반전되기 시작했다"고 짚었다. 재미있는 건, 같은 기간 소프트웨어 ETF에는 바닥 잡기 자금이 기록적으로 들어왔다는 것이다. 같은 위험자산인데 투자자들이 소프트웨어에는 들어가고 코인에는 안 들어갔다가, 이제서야 코인 쪽으로도 돌아오기 시작한 거다.

블랙록의 IBIT는 올해 연초 이후에도 순유입이 양(+)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수수료가 더 높은 다른 ETF를 홍보하는 게 블랙록 입장에서는 이익인데도, 비트코인 ETF를 계속 밀고 있다는 건 장기 확신이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마이클 세일러의 Strategy도 빠지지 않았다. 3,015 BTC를 약 2억 달러에 추가 매수해서, 총 보유량이 72만 737개가 됐다. 매입 평단가는 약 75,985달러. 현재 가격이 73,000달러니 사실 본인도 물려 있는 건데, 이 사람은 정말 꿋꿋하다.

셋째, 한국발 자금 이동 가능성이다. 이건 추정 영역이긴 한데, CoinDesk가 직접 이 가설을 제기했다. 코스피가 이틀간 20% 빠지면서, 한국의 개인 투자자 일부가 주식에서 빠져나온 자금을 코인으로 돌렸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업비트의 거래량이 폭락 당일 크게 뛰었다는 점이 이 가설을 뒷받침한다.

주요 암호화폐 24시간 변동률 전체가 초록색이다. 도지코인이 +14%로 선두, 이더리움과 솔라나가 그 뒤를 따른다. 공포탐욕지수가 10인 극단적 공포 상태에서 이 정도 반등이 나왔다는 게 눈에 띈다

AI 머니, 역사를 새로 쓰다

시장의 요동 속에서 AI 쪽에선 또 하나의 거대한 뉴스가 터졌다. OpenAI가 1,100억 달러(약 161조 원) 규모의 펀딩 라운드를 마감한 것이다. 아마존이 500억 달러, 엔비디아와 소프트뱅크가 각각 300억 달러씩. 역사상 최대 규모의 비상장 기업 투자다. 기업가치는 7,300억 달러로 매겨졌는데, 이건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두 배에 달하는 숫자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모건 스탠리 컨퍼런스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300억 달러 투자가 "IPO 전 마지막 투자가 될 것 같다"는 것이다. OpenAI가 연내 상장을 추진 중이고, 기업가치 목표가 1조 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상장 단계에서 이 정도 규모로 들어갈 기회가 다시는 안 올 수도 있다. Anthropic에 투자한 100억 달러도 마지막이 될 거라고 덧붙였다.

브로드컴의 실적도 주목할 만하다. 회계연도 1분기(2025년 11월~2026년 1월) AI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2배로 뛰었고, 전체 매출도 29% 늘어난 193억 달러를 기록했다. "2분기에 더 오를 것"이라는 가이던스까지 내놨다.

AI에 투입되는 자본의 규모와 속도가 이 정도면, 이게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산업 전체의 지각변동이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엄청난 돈의 흐름이 궁극적으로 크립토 시장에도 간접적 영향을 준다 — AI 인프라 투자가 늘면 관련 토큰과 DePIN(탈중앙 물리 인프라)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이 따라붙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ETF 유입 전환과 AI 투자 규모 왼쪽: 5개월간 90억 달러가 빠져나갔던 비트코인 ETF에서 2월 말 이후 17억 달러가 다시 들어오기 시작했다. 오른쪽: OpenAI 단일 라운드에 1,100억 달러가 몰린 AI 투자의 현주소

72,000달러 위의 '에어 포켓'

기술적으로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글라스노드 데이터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유통 공급량 중 72,000달러에서 80,000달러 사이에서 마지막으로 거래된 물량이 전체의 약 1%에 불과하다. 쉽게 말하면, 이 가격대에서 비트코인을 사둔 사람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이런 구간을 '에어 포켓'이라고 부른다. 매도 물량이 얇으니까, 한번 뚫고 올라가기 시작하면 저항이 적어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2024년 11월 트럼프 당선 직후에도 이 구간을 며칠 만에 관통한 전례가 있다. 반대로 올해 1월에는 이 구간을 통과하며 빠르게 무너져 내리기도 했다. 양방향으로 다 빠르다는 얘기인데, 지금 상승 모멘텀이 붙은 상태에서는 위쪽 시나리오에 좀 더 무게가 실린다.

CoinDesk 리서치에 따르면 60,000~70,000달러 구간에서 40만 개 이상의 비트코인이 축적됐다. 이 구간이 든든한 지지대 역할을 한다면, 다음 목표는 자연스럽게 80,000달러가 된다. 물론 이건 기술적 분석일 뿐이고, 이란 전쟁이 확대되면 이런 거 다 소용없어진다.


내가 보는 시나리오

솔직하게 내 생각을 정리해보겠다.

비트코인이 코스피 폭락 속에서 반등한 건 인상적이지만, 나는 이걸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으로 인정받았다"고 해석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본다. 비트코인과 S&P 500의 30일 상관계수가 여전히 0.55로 높은 편이고, 이번 반등은 이란 평화 협상 기대감이라는 특수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전쟁이 길어지면 코인도 결국 같이 맞을 거다.

다만 ETF 유입이 반전된 건 진짜 중요한 변화다. 기관이 올해 첫 의미 있는 규모로 돌아왔다는 건, 최소한 이 가격대에서의 하방 리스크가 제한적이라고 판단하는 큰 손들이 있다는 뜻이다. Strategy가 계속 사고 있다는 것도 — 좋든 싫든 — 공급을 흡수하는 효과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이란 상황이 전부다. 평화 협상이 진전을 보이면 비트코인은 75,000~80,000달러까지 빠르게 올라갈 수 있고, 전쟁이 확대되면 60,000달러대를 다시 테스트할 가능성이 높다. Polymarket에서 3월 중 비트코인이 65,000달러까지 하락할 확률은 73%에서 62%로 줄었다. 시장이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걱정을 조금씩 덜고 있긴 하지만, 확신은 아직 없는 상태다.

코스피 쪽은, 나는 이게 과열 후 외부 충격에 의한 급조정이라고 보는 쪽이다. 연초 48% 상승이라는 게 어차피 비정상적이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실적 자체가 무너진 건 아니다. DRAM 가격 상승이라는 펀더멘털은 여전히 살아 있다. 전쟁이 단기에 마무리되면 반등 속도도 빠를 것이다. 하나증권은 1~2주 단기 충돌로 끝나면 빠른 회복이 가능하지만, 호르무즈 해협 완전 봉쇄 시 큰 폭의 추가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는데, 극단적 케이스에서는 코스피 20% 추가 하락 대비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봤다. 무섭지만 알아두는 게 맞다.

이더리움이 8.9% 뛴 것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비트코인보다 상승률이 높았고, 24시간 거래량이 34% 늘어 332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더리움 재단이 최근 네트워크를 "신뢰 레이어"로 포지셔닝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시장에 긍정적으로 먹히는 분위기고, 비트마인이 7,560만 달러 규모의 대량 매수를 한 것도 기관의 관심을 보여주는 포인트다. 도지코인의 14% 급등은 순전히 심리와 리스크온 전환의 영향이지만, 밈코인이 이 정도 움직인다는 건 시장이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결국 지금은 코스피든 코인이든, 중동의 지정학이 모든 걸 결정하는 국면이다. 포지션이 있다면 레버리지부터 줄이고, 없다면 굳이 서두를 이유가 없다. 공포탐욕지수 10이라는 숫자가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역사적으로 극단적 공포 구간에서의 매수가 항상 즉시 보상받은 건 아니었다. 기다릴 줄 아는 것도 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