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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매물 7만 건 돌파 — 근데 거래는 반 토막, 이 시장 대체 어디로 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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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동산 커뮤니티에 가면 크게 두 부류로 나뉘어요. "드디어 폭락이 시작됐다!" vs "이 정도는 조정도 아니다!" 양쪽 다 목소리가 크고, 양쪽 다 나름의 근거를 대고 있어서 일반인 입장에서는 정말 헷갈리죠.

그래서 오늘은 감정을 빼고 숫자만 가지고 현재 서울 부동산 시장의 민낯을 한번 까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 시장은 "폭락"도 "건재"도 아닌, 꽤 위험한 교착 상태에 빠져 있어요.


📊 매물은 폭발, 거래는 실종 — 숫자가 말하는 현실

가장 충격적인 숫자부터 볼게요.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2월 2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 333건을 기록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공식화한 1월 23일(5만 6,219건)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16.3%, 약 1만 4천 건이 늘어난 거예요.

구별로 보면 더 드라마틱합니다. 성동구는 매물이 49.9% 폭증(1,212건 → 1,817건)했고, 송파구는 39.5%(3,526건 → 4,922건), 동작구는 33.3%(1,249건 → 1,665건) 증가했어요. 서울에서 개발 기대감이 높은 지역일수록 매물이 쏟아지는 패턴이 뚜렷합니다.

그런데 거래량은요? 반대 방향으로 달리고 있어요.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1월 23일부터 2월 20일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는 2,662건으로, 직전 같은 기간(3,385건) 대비 21.4%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4,942건)과 비교하면 거의 절반이에요.

서울 아파트 매물 증가 추이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 추이. 1월 5.6만 건에서 2월 7만 건으로 한 달 새 1.4만 건 급증했다

극단적인 사례를 볼게요. 성동구는 매물이 50% 가까이 늘었는데, 거래량은 1월 123건에서 2월 22건으로 쪼그라들었어요. 송파구도 1월 304건에서 60건대로, 동작구는 171건에서 34건으로. 매물은 쌓이는데 계약이 안 되는 '소화불량' 상태가 완전히 고착화된 모습입니다.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안 움직이는 이유

이 교착 상태의 원인은 복합적이에요.

매도 쪽을 보면, 5월 9일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가 코앞이에요. 이재명 대통령이 SNS를 통해 "서울 시내 아파트 4만 2,500가구 규모의 다주택자 매물이 나올 것"이라고 직접 언급하면서, 다주택자들이 절세 목적으로 매물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집주인들은 호가를 크게 낮출 생각이 없어요. 실제 체감 가격 하락은 급매물 위주로 1~2억 원 수준에 그치는 상황이에요.

매수 쪽은 더 답답합니다. 10·15 대출 대책의 위력이 상당해요. 15억 원 이하 주택은 최대 6억 원 대출이 가능하지만, 15억 원 초과 시 한도가 2~4억 원으로 뚝 떨어져요. 서울 전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돼 LTV도 40%로 제한되니까, 사고 싶어도 돈이 안 되는 사람이 대부분인 거죠.

결과적으로 2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의 87.2%가 15억 원 이하에 집중됐어요. 거래 상위 지역도 노원구(671건), 성북구(395건), 강서구(373건) 등 중저가 지역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강남 3구는 매물만 넘치고 거래는 사실상 얼어붙은 상태예요.

한국은행의 2월 소비자동향조사도 흥미로운데요. 주택가격전망CSI가 108로 전월(124) 대비 16포인트나 급락했어요. 2022년 7월 이후 3년 7개월 만의 최대 낙폭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100 이상이라는 게 포인트예요. 집값이 오를 거라고 보는 사람이 내릴 거라고 보는 사람보다 아직 더 많다는 뜻입니다.

주택가격전망지수와 거래 동향 주택가격전망CSI 추이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 심리는 급랭했지만 가격 자체는 아직 하락 전환되지 않았다

🔮 5월 이후가 진짜 승부처다

부동산 시장의 방향성은 5월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이후에 본격적으로 드러날 거예요. 여기서 두 가지 시나리오가 갈립니다.

시나리오 A: 매물 잠김으로 가격 반등. 5월 이후 양도세 중과가 시작되면, 세금 폭탄이 무서워서 오히려 아무도 안 팔려고 할 수 있어요. 세종대 신보연 교수도 "중과 유예 종료 이후에는 매물 잠김과 수급 불균형이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어요. 매물이 사라지면 수급 불균형으로 가격이 다시 오를 수 있습니다.

시나리오 B: 거래 절벽의 장기화. 반대로 대출 규제가 유지되면서 매수세가 살아나지 않으면, 매물만 쌓이고 거래는 안 되는 지금의 교착 상태가 더 길어질 수 있어요. 그러면 결국 급매부터 가격이 깨지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하락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금리 변수도 중요합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현재 2.50%로 다섯 차례 연속 동결 중이에요. 한미 금리 차가 1.25%포인트나 벌어져 있고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에 근접해 있어서, 쉽게 인하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사라지면 매수 심리는 계속 눌릴 수밖에 없어요.

한 가지 더. 위험자산 시장의 급락도 간접 변수예요. 비트코인이 지난해 최고가 대비 약 50% 떨어진 상태고, 주요 코인도 줄줄이 무너졌어요. 가상자산에 투자한 2030세대의 자산이 줄어들면 부동산 매수 여력도 함께 줄어든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됩니다.

부동산 시장 핵심 변수 타임라인 2026년 상반기 부동산 시장 핵심 변수 타임라인. 5월 양도세 유예 종료가 최대 분수령이다

실수요자라면 지금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은 "폭락"이 아니라 "조정과 관망"의 국면이에요. 한국부동산원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54주 연속 상승 중이에요. 다만 상승폭이 1월 0.31%에서 2월 0.15%로 빠르게 줄어들고 있어서, 조만간 보합이나 하락 전환 가능성은 분명히 있습니다.

실수요자라면 이렇게 접근하는 게 현실적이에요. 이자 감당이 되고, 최소 2~3년은 버틸 수 있는 조건이라면 입지 좋은 급매를 선별적으로 검토할 수 있어요. 특히 15억 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 시장은 30대 생애 최초 매수자들이 정책대출을 활용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구간이라, 오히려 거래가 살아 있는 편입니다.

반대로 투자 목적이라면? 5월 이후 시장의 방향성이 확인될 때까지 현금 비중을 높이고 관망하는 게 맞습니다. 무엇보다 유튜브의 자극적인 "폭락설"이나 "폭등설"에 흔들리지 말고, 자기 상황에 맞는 판단을 내리세요.

부동산은 타이밍 싸움이 아니라 체력 싸움이에요. 입지, 수급, 금리, 정책 — 이 네 가지만 냉정하게 따져보면 답이 보입니다.


본 글의 내용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자세한 내용은 면책조항을 확인해주세요.